그날의 웨딩드레스

비혼 주의 연애 이야기 8

by 왼손잡이앤

아직 겨울이 오기 직전이면서 가을의 단풍은 거의 사라졌지만 낙엽이 흩날리던 일요일

연락도 없이 그가 집 앞으로 찾아왔다.

"뭐해?"

"응? 저요? 지금 그냥 집에서 쉬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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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제 데이트를 했기에 오늘은 각자 집에서 쉬기로 했었다.

"그럼 잠깐 나와봐."

"네? 지금요? 우리 어제 데이트했잖아요."

나의 대답에서 그 남자가 내가 나가기 싫음을 캐치할 줄 알았다.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뚜.... 뚜... 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베란다 창문으로 흘깃 보니 정말 그 남자의 차가 우리 집 앞에 떡하니 서있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나가기 싫은데 강하게 그냥 가라고 전화를 할까?'

'여기까지 왔는데 잠깐 내려갈까? '


그렇게 결국 나는 그 남자를 보러 부랴부랴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서 내려갔다.


"갑자기 찾아와서 화났어?"

"아니에요. 무슨 일이에요?"

그의 표정은 뭔가 좀 달라져 있었다. 그는 뭔가를 결심한 듯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드라이브할까?"


그는 차를 몰고서 드라이브하는 척하다가 고속도로로 진입을 했다.

"고속도로까지 올려서 드라이브해야 하는 거예요?"

"응~그럼 드라이브는 고속도로지"

그 남자의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나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달려서 어느 지역의 어느 건물 앞에 주차를 하였다.

시동은 끈 그가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내 친구한테 소개해주려요. 제일 친한 친구야. 괜찮아?"

"아.... 그래요? 이렇게 갑자기요?"


그렇게 그를 따라서 건물로 들어섰고 그가 4층을 눌렀는데

나는 4층이 어딜까 엘리베이터에 있는 층별 안내판을 보았다.

'00 스튜디오 &웨딩 샾'


아뿔싸!!! 거긴 웨딩 샾이었다.


나는 뭐에 홀린 듯 그 남자의 손에 이끌려 웨딩샵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자식 ~ 잘 지냈냐? 오 이분이 바로? 반갑습니다. 00의 친구 000입니다."

그의 친구가 아주 큰소리도 인사를 해서 조금 놀랬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000입니다. "

그 남자의 친구는 그 웨딩샵과 스튜디오의 사장이었다.


"저희 가게 한번 둘러보셔도 됩니다."

그 남자와 그 친구가 한창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그 하얗고 순백의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에 눈이 갔다.


갑자기 그 남자가 다가와서는 귀에 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너 드레스 한번 입어볼래?"

"네? 저요? 아... 아니요 싫어요."

"진짜 예쁠 거 같아. 딱 한 번만... 내가 이렇게 부탁해도 안될까?"


나는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 어느새 웨딩드레스를 입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직원분은 결혼을 약속한 커플인 줄 착각하고서 커튼을 열기 전 말했다.

"예비신랑님 아름다운 예비신부님 이제 나오십니다."

그러면서 커튼이 쫙 열리고 나는 그렇게 그 남자 앞에서 난생처음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를 보여주었다.


그 남자는 그저 지그지 나를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점점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는 속삭였다.

"너무 예쁘다."


결혼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언젠가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다고 흘린 내 말을 그 남자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그 남자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왜 그래? 내가 억지로 입으라고 해서 우는 거야?"

"아니에요."

그가 미안한 마음 가득 담아서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거기를 나와서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우린 아무 말도 없었다.

나에게 많이 미안해하는 그도 침묵했고

결혼엔 관심이 없다가 막상 웨딩드레스를 입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한 나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집 앞에 도착하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는 왜 비혼 주의야? 왜 결혼하는 게 싫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래 이때쯤 남자들이 항상 질문했었다.

"저는 저 하나도 벅차요. 제가 누구의 아내, 엄마, 며느리 그렇게 많은 역할을 잘할지 겁이 나요

그 많은 역할마다 주어진 책임감을 다 해낼 자신도 없고요. 무서워요"

나의 그 말에 그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 그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나랑 같이 있는 건 좋아? "

뜻밖의 질문에 당황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됐어."

그리고는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지만 아직도 가슴이 쿵쾅쿵쾅거린다.

그 남자가 했던 마지막 말이 그 전과 다르게 화가 나거나 싫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결혼이란 걸 하게 된다면 그 상대는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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