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주의 연애 이야기 7
"술 마시는 데이트 별로라고 하지 않았어?"
"오늘은 같이 한잔 마시고 싶어요."
그는 술 데이트를 신청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술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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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왜 비혼 주의일까? (brunch.co.kr)
평소 동네에서 내가 좋아하던 그곳으로 그 남자를 이끌었다.
일본식 선술집이었는데 숯불양념구이가 일품인 집이었다.
그가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왜 안 들어와요?"
"여기서 마시게?"
그의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고기 구워 먹는 거 싫어하세요?"
"아니다. 들어가자."
도대체 왜 저러지 하면서 술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내가 늘 앉던 아주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맞은편에 앉은 그 남자는 자꾸만 두리번거렸다.
아르바이트생이 왔고 나는 웃으면서 메뉴판을 살폈다.
늘 내가 먹던 그 메뉴로 주문을 하고서 참소주도 한병 시켰다.
숯불이 도착했고 내가 바로 집게를 집어 들었다.
"오늘은 제가 구울게요."
"갑자기 왜?"
늘 고기 구워주는 걸 먹기만 했던 나였기에 그가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당연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비밀을 알고 싶기에 나는 최대한 그를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
"늘 구워주셨으니깐요."
하지만... 그건 나의 잘못이었다.
평소 덜렁거리는 나는 첫 번째 판 고기를 몽땅 태우고야 말았고 연기가 마구 피어올랐다.
급하게 가게 사장님이 직접 불판을 갈아주러 오셨다.
"어? 선배님?"
"자식~ 장사 잘되나?"
응? 이건 또 뭐지?
여긴 그 남자의 친한 후배의 가게였다.
아뿔싸!!! 세상이 이렇게나 좁다니......
그 사장님은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면서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형님~ 드디어 여자분을 만나시는 겁니까? 너무 잘하셨어요. 아이고 형수님 반갑습니다. "
결국 그 가게 사장님 즉 후배와 같이 셋이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 남자가 전화를 받으러 잠시 나가고 그 후배와 나만 있게 되었다.
"제가 너무 고마워서 그러는데 제 술 한잔 받아주실래요?
아이고~ 우리 형님이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셔 가지고 한참 혼자 지내셨어요."
'그래, 지금이야.'
"저... 초면에 실례인 거 아는데 선배분은 왜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신 건지요?"
나의 질문에 그 후배분은 그 남자가 나간 쪽을 흘깃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제가 이야기했다고 형님한테 말하지 마십시오. 무슨 일이 있었나면요...."
마침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그 남자가 돌아왔다.
그 후배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짠 하면서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그렇게 소주잔은 점점 비워졌고 나도 그도 점점 술이 알딸딸해졌다.
우린 그렇게 그 술집을 나왔고 거기서 멀지 않은 우리 집까지 그와 나는 술도 깰 겸 산책을 했다.
"너 내 후배랑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했어?"
"네? 저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요."
"내가 왜 여자를 안 만났는지 그렇게 궁금해?"
나는 놀래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사실은........ 많이 궁금했어요.
왜 3년 동안 여자를 안 만났는지... 그리고 그 여자분을 이제 다 잊었는지...."
소주 반잔에 무식해진 건지 용감해진 건지 술이 취한 건지 말이 헛나왔다.
마지막 질문은 하지 말걸... 내가 너무 싫었다.
그는 잡았던 손을 놓아버렸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하니?"
"아.... 아니 뭐....."
그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할까 고민하는 사이 그가 나의 손을 확 잡아당기면서 나에게 입맞춤을 했다.
"이제 됐지? 늦었다 얼른 가자."
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원한 가을바람에 그의 손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의 지난 과거 아니 상처는 내가 보통 드라마에서나 봤던 그런 스토리였다.
서로 오래 사귀고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그 남자보다 조건이 더 좋은 남자를 몰래 만나서
3개월 만에 결혼까지 하게 된 그 여자에게 받았던 배신감이 꽤 컸던 거 같았다.
결국 그의 마음에는 겨울왕국이 찾아왔고 그렇게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은 채 3년이 흘렀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소개팅을 나오게 된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고 알 수는 없다.
종착역이 결혼이 아니었던 이 연애의 목적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이때까지만 해도 그도 나도 몰랐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