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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왼손잡이앤 Mar 16. 2022

육아는 나를 벼랑으로 밀었지만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어설픈 여자의 결혼 이야기 15


우리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1인용 유모차는 탔지만

쌍둥이 유모차를 싫어해서 나의 육아는 더욱 힘들었다.

앞뒤로 되어있는 유모차도 사보고 나란히 있는 유모차도 샀지만 결과는 실패...

결국 늘 한 명은 아기띠에 한 명은 유모차에 태우고 병원을 다녔다.


어쩌다 멀리 병원을 가야 할 때 신랑에게 운전을 부탁했더니

"너 운전할 줄 알지?"

그 당시에는 그 질문의 의미를 몰랐다.

그 남자의 진심을 알게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기가 바쁘니 아이들 병원 갈 때 직접 운전해서 다니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나는 차를 선물 받았다.


상당히 겁쟁이였던 나는 신랑에게 구박을 받으면서 운전연수를 끝내고서 드디어 운전대를 잡았다.

운행속도가 30km를 넘지 않아서 수많은 사람들의 눈총과 각종 욕설을 1년 가까이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을 운전하니 이젠 80km로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운전실력이 확 늘었다.




쌍둥이 육아보다 더 힘든 게 연년생 육아라는 말을 실감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아이들 때문에 잠을 설친 그날, 그 남자는 출근했고 첫째는 어린이집에 겨우 보냈다.

둘째를 업어서 재우고 나니 창밖의 바람이 후텁지근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베란다 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어느새 난간에 올라가 있었다.

그냥 모든 게 다 싫었다. 그냥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편히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잠든 둘째가 나를 불렀다.

아!! 소중한 내 아기....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내려왔다.


창밖에는 벌써 봄이 아니라 여름이 와 있었다.

아... 벌써 여름이구나.... 잠깐 내가 애 옷을 너무 두껍게 입혀서 보낸 건 아닌지 걱정이었다.

무서웠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연년생을 돌보는 것을 생각보다 힘들었다. 둘 다 예민하고 누워서 안 자고...

낮에는 엄마가 오셔서 도와주고 가셨는데 저녁과 밤이 문제였다.

신랑도 일이 많이 바쁘지 않을 때에는 집에 일찍 와서 육아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아빠를 너무 낯설어하고 싫어했다.


앞뒤로 아이 둘을 안고 업고 서성이던 그 수많은 밤들이 나를 점점 지치게 했다.

나의 연년생 육아가 힘들수록 그 남자의 일은 더 잘 되었고 더 바빠졌다.

이젠 주말에도 그 남자의 얼굴을 보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혼자서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서 혼자서 애들을 보니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 아기띠를 메고 유모차를 밀고서 나갔다.


친구들이 혼자서 애들 데리고 외출하는 건 죽음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나는 늘 도시락을 싸서 주말마다 혼자서 둘을 데리고 밖으로 다녔다.

놀이공원도 가고 그냥 공원도 가고 식물원도 가고 혼자서 참 부지런히도 다녔다.


그렇게 나는 혼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외출을 아주 잘하게 되었다.






나의 산후 우울증이 1년이나 지속될 무렵 나는 결심했다.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취직을 했다.

아직은 14개월이던 둘째도 어린이집에 보냈다.

신랑의 반대가 심했지만 나는 눈물로 호소했다.

내가 살아야겠다고...

나는 사진을 찍고 이력서를 적었다.


하지만 원래 일하던 병원일은 아이 엄마가 하기에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공휴일도 일해야 하고 토요일도 근무해야 하고 평일도 7시나 8시까지 해야 돼서 고민이 되었다.

나는 결국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알게 된 특수실무원!!

월급은 좀 작았지만 시간이 아주 좋았다.

방학도 쉴 수 있고 주말도 다 쉬고 늦게까지 일하지 않아도 되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학교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운이 좋았는지 한 번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제2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결혼이란 게..

육아라는 게..

참으로 신기루 같았다.


사랑하는 남자와 매일 밤같이 한 침대에 있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기를 임신하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가씨 때는 멋 모르고 아줌마들은 왜 저렇게 다닐까 참 궁금했었다.


세수는 했는지 머리는 감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질끈 묶은 머리..

그리고 무릎이 헐렁해진 레깅스 바지가 늘 한 세트인 모습이...


하지만 직접 해보니 알겠다.

그녀들의 치열했던 시간들을...

하지만 이제는 그녀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힘들걸 도망가지 않고 숨지 않고 해내고 있는 멋진 모습이라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모든 엄마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우리는 정말 멋진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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