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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안 젤러 2020.
치매는 시계를 잃어버린다는 것. 시계가 있었던 사실은 뚜렷한데 그 모양은 아득한 것. 기억하는 모든 게 손 안의 물처럼 새 나가는 것. 빈 손을 허우적거리는 나는 누구인가 끝내 의심하게 만드는 것.
나무에서 떨어진 잎사귀는 급속도로 시든다. 오랜만에 땅을 밟는 잎. 잠시 새 것처럼 찰랑이나 속절없이 바스라진다.
이제껏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은 많이 봐왔지만 공간을 활용해서 당사자의 혼란을 표현한 건 참 새롭다.
가장 익숙한 공간인 집이 가장 낯선 공간이 되는 절망.
슬픔보다 공포에 가까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