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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Mar 07. 2021

미나리, 악착같이 쓸모 있어지려던 우리들

정이삭 2021.

정이삭 2021

악착같이 쓸모 있지려ᄃ 이민자들에 대한 연민. #스포주의 1. 이민자가 할 수 있는 여러 직업 중 제이콥(스티븐연)과 모니카(한예리)의 직업을 병아리 성별 감별사로 설정ᄒ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성이 있는 암컷과 달리 ‘맛도 없고 알도 못 낳는수컷은 폐기된다. 쓸모없으면 폐기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투사의 자세로 삶을 사는 이민자들을 표현한 것.

2. 가든은 가장인 제이콥의 꿈이었지만 집착이기도 했다. 집착은 아직 사랑이 남은 가족들 사이마저 위태롭게 흔든다. 영화 후반 화재로 인해 그 집착은 허무하게 무너진다. 단편적으로는 비극이나 이별이 예정되어 있던 가족들을 다시 묶어주는 계기가 됐으니 순수하게 나쁜 것으로만 치부하긴 힘들다. 가족들의 삶이 묻어 있는 집이 아니라 채소가 든 헛간만 불탔다는 점에서 감독의 사심도 보였다. 3. 그 화재는 왜 다른 누구도 아닌 순자(윤여정) 때문에 일어났을까. 순자는 군식구다. 아이들에게는 ‘진짜 할머니답지 않은 불편한 존재, 제이콥에게는 대단히 눈치가 보이는 장모다. 딸인 모니카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귀한 가족이었지만 아파서 쓰러지고 난 후에는 죄책감을 부르는 또 하나의 짐이 되어 버린다. 제이콥의 곁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게끔 다짐하게 된 결정적 계기기도 하다.


그런데 순자가 실수로 불을 지르면서 가족들은 다시 연결된다. 아이들은 서서히 커지던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제이콥은 채소보다 소중한 모니카의 손을 잡고 불타는 헛간을 탈출하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그 밤 이후 순자는 더이상 군식구가 아니다.


이 악물고 쓸모를 키워가는 가든 채소와 달리 미나리는 무던하게 자란다. 씨를 뿌리고 놔두면 알아서 뿌리를 내리겠거니 믿을 수 있다. 감독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근사한 단어에 갇힌 악착같은 사람들에 미나리라는 소망을 바친다.

(모든 사진은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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