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여자
홍상수 2019.
사실이라 떠올려버린 것들을 경계한 채 주변부를 맴돈다. 본인이 끄덕일 때까지 버릇처럼 말을 곱씹는다. 인물들은 대화하고 또 대화하지만 결국 모든 문장들은 문장을 발화한 자에게 엉킨다. 해변을 적시다 멀리 달아나는 물처럼 끝없이 깊어진다.
사실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홍상수 감독은 작품에서 인물들이 말을 반복하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문장을 낭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 우리들은 하릴없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정당화하듯, 상황을 만들어가듯, 때로는 버릇처럼. 홍 감독의 리얼리즘은 연출뿐 아니라 인물의 대화에서도 녹아있다. 그 문장들이 웬만하면 본인의 머리에서 나왔을 터. 덕분에 그의 영화는 솔직한 일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