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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Jun 26. 2021

도망친 여자, 해변을 적시다 달아나는 물처럼

#도망친여자


홍상수 2019.



사실이라 떠올려버린 것들을 경계한  주변부를 맴돈다. 본인이 끄덕일 때까지 버릇처럼 말을 곱씹는다. 인물들은 대화하고  대화하지만 결국 모든 문장들은 문장을 발화한 자에게 엉킨다. 해변을 적시다 멀리 달아나는 물처럼 끝없이 깊어진다.




사실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홍상수 감독은 작품에서 인물들이 말을 반복하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문장을 낭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 우리들은 하릴없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정당화하듯, 상황을 만들어가듯, 때로는 버릇처럼. 홍 감독의 리얼리즘은 연출뿐 아니라 인물의 대화에서도 녹아있다. 그 문장들이 웬만하면 본인의 머리에서 나왔을 터. 덕분에 그의 영화는 솔직한 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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