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댄의 상실 영화 추천
우리는 그 이후의 삶을 산다. 상실의 대상은 가까운 사람일 수도, 견고해 보이던 명예일 수도 있다. 살면서 모아 왔던 기억 뭉텅이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허망하지만 오늘은 사람을 잃었을 때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영화를 가져왔다.
1. #토니타키타니 / 이치카와 준 2004.
외로움을 알아버린 자의 두려움.
2. #세상에서고양이가사라진다면 / 나가이 아키라 2016.
영화를 좋아하길 잘한 것 같아. 영화는 나에게 친구를 줬으니까.” 친구가 보고 싶어 엉엉 울면서 영화관을 나왔다. 한동안 죽고 싶을 때마다 이 장면을 떠올렸다. 아오이가 살아 있으라고, 꼭 살라고 대신 악 써주는 것 같았다.
3. #사랑후에남겨진것들 / 도리스 되리 2008.
어떤 이의 죽음을 실감하는 것은 그가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우리는 평생 자신 밖에 되지 못한다. 기를 쓰고 합쳐지려 해도 결국 곁이다. 한 인간이 그림자가 되었을 때. 또 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아닌 자와 포개져 간다.
4. #데몰리션 / 장 마크 발레 2008.
우리는 언제나 그 이후의 삶을 산다. 상처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5. #고스트스토리 / 데이빗 로워리 2017.
상실의 아름다움, 빛 받아 반짝거리는 먼지들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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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표현하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 어린이들의 할로윈 커스튬보다도 어설프게 흰 식탁보를 가지고 성인 남성 C의 영혼을 표현했다. 덕분에 무섭기보다 귀엽다.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연출. 마치 빈티지 제품처럼.
사랑하는 M을 놔두고 일찍 숨을 거둔 C는 집을 떠나지 못한다. 죽는 건 한순간이었지만 C는 둘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있는 집에 머무르며 천천히 세상과 이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