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기일을 맞아 제주에 다녀왔다. 할머니는 내가 결혼하고 이틀 뒤 돌아가셨다. 작년 8월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았다. 할머니는 꽤 통통하신 분이었는데 돌아가실 즈음에는 몸집이 정말 조그마해졌다. 백발의 짧은 머리. 옅은 숨. 술도 참 좋아하시고 내가 서울에서 오면 생긋 잘 웃으셨는데 가실 즈음에는 기력이 없었다. 그 몸으로 내가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셨다는 게 감사하다.
아빠가 딴 때는 몰라도 할머니 첫 번째 기일만큼은 꼭 제주도 오라고 했는데 인생은 참 한 치 앞을 모른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일을 두 번이나 겪으며 1년이 갔다. 그래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비행기에 올랐다. 백수에 조금 무기력한 손녀지만 그래도 예쁘다고 좋아하셨을 거다.
기일 당일, 나는 무교지만 성당 미사로 할머니를 기렸다. 찬송가도 최선을 다해 따라 불렀다. 좋은 곳에서 좋은 만남을 갖고 있기를 마음 깊이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