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건 여러 이유에서다. 계약의 중요성을 절실히 알게 되기도 했고 실체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다. 실체라는 단어가 조금 우스운데 이를테면 이런 거다. 내가 무언가 도전을 할 때 완충지가 필요했다. 혹시나 실패하더라도 먹고 살 무언가를 만들고자 시험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피자를 떼어먹고 가방을 쇼핑하다 맥주 한 캔을 땄다. 맥주를 마셔도 되는 몸인지 잠시 점검하고는 다시 벌컥벌컥. 20대의 삶 중에서 이럴 때도 있는 거지 잠깐 토닥인다. 이제까지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 열심히 살면서 실수도 많이 했다. 그래서 내 열심에 대해 살짝 두려움이 생겼다. 나 잘하고 있는 건가. 내 과거는 과연 나를 돕는 발판일까 늪일까. 나 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