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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요한 연 May 30. 2021

제목을 달 수 없는 글



달 수 없는 달



엎질러 버린 시간을 주워 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다지 그리운 것도 아닌데. 다시금 채워 넣는다고 해서, 뭐가 더 달라질 것도 아니고. 그릇은 여전히 그대로잖아. 손도 여전히 내 손이고. 그런데 무엇이 변할 수가 있겠니. 늘 그런 마무리였다.


좋아하던 가사의 해석을 찾으려다 그만두었다. 궁금해하기도 했고, 나도 다시금 읽고 싶어서였다. 늘 정확한 게 좋다면야 좀 더 섬세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찾아보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뒤적일 게 너무 가득했다. 이건 다 정리를 틈틈이 해두지 않아서야. 이래서 꾸준한 게 중요한 거야. 늘 대비를 해뒀어야지. 항상 어지러우면 새삼스레 쓰러질 수도 없잖아. 이건 잔소린지 혼잣말인지, 알지도 못했다.


노랫말은 언제든 일정하다. 음정도 음률도 음색도. 다 같은 뜻일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단지 내 감정이다. 사실은 감정도 별 차이가 없을 수도. 고작 삼분 남짓한 음악에 그대로 묶여있기라도 한 것처럼. 오히려 달리하는 것은 차라리 대상이다. 그러니까 곁들여진 기억이나 마음 같은 거. 더 빛바래거나 빛 발하거나 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거다. 때로는 걔가 앞지르고, 때로는 쟤가 날아가고, 때로는 내가 뒤쳐지고 하면서.


구절이란 언제나 불쑥불쑥 찾아왔다가, 내버려 두면 손색없이 달아났다. 모두 붙잡아 줬더라면, 언젠가는 마을이 됐으려나. 글을 잡아두려 걸음을 쉬고 시를 쓰게 되는 것처럼, 길을 걷다가도 멈춰 서서 네게 아름다운 밤 풍경을 전해주곤 했는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듣고 싶지 않다는 편이 좀 더 옳았을 거다.


물에 젖은 듯한 축축한 목소리는 자꾸 나는 괜찮다며 거듭한다. 곧 사실은 괜찮지 않다고 고백할 거면서.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하는 거지? 그래도 잠깐이나마 숨길 수가 있잖아. 그거면 다 될 것 같기도 하고. 그거라도 다행인 거 같기도 하고. 그냥 다 틀린 거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이 글은 완전히 글렀다. 시 흉내조차 못 내겠다. 발 끝마저 머나멀다. 나도 내가 뭘 쓴 건지, 무엇을 쓰고 싶었던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고작 한 문단이 이렇게나 번졌다. 횡설수설, 달그락달그락. 그러니까 미리미리 정리를 해뒀어야지. 마음껏 휘청일 수나 있도록.














아무튼 가지가 길어지면  보듯 괴롭다. 이래서 싫다니까.  생각이 나무라면 톱으로 밑동부터 줄기까지 쓱싹쓱싹 잘라내고 싶다. 조금도 남김없이. 정말이지 아무런 생각도 키우고 싶지 않다. 그냥 자그마한 싹마저 뽑아내고 싶다. 특히나 새벽이면 눈치도 없이 무성해져  짜증 난다. 역시  먹고 잠드는 것만큼 편리한  없는데, 이러다 내성이 생길까  두려워서 괜히 버티느라 완전히 망했다. 지금 먹자니 애매하고 깨어있긴 고통이고.... 그렇지만 이대로 밤새는   끔찍하니까 지금이라도 먹어야겠다. 반 알만 먹고 젤리도 반토막 먹어야지. 하여간 적어도 밤이라도 얌전히, 손쉽게 잠들 수만 있었어도   년쯤은  살았을 수도 있겠다. 새벽마다 수명이 조금씩  주는 기분. 그래도 여기 와서는 그나마 나아진 , 이전에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항시 그랬는데... 그렇지만 여기 머물  있는 날도 얼마  남았으니, 돌아가면  원점으로 돌아가려나. 그래서 돌아가기 싫으면서도 그러니 차라리 돌아가는  낫겠다 싶기도 하고. 지금은 일종의 유예기간 같기도 하고. 그냥 제발 내가 생각 같은   했으면. 아예   없었으면. 하루빨리 그날이 와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브런치는 왜 글씨 크기를 못 줄이지. 불편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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