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잘꾸 Sep 24. 2019

나의 군대, 나의추억

간부와 병사 그리고 군대


                     라디오 사연글 예시






하사로 군대짬밥 2년이 넘어갈 무렵 제가 맡은 분대에 신병이 전입 왔습니다.      

이름은 ‘박민수’였고, 왜소한 체격과 깡마른 몸이 딱봐도 허약해 보였습니다. 신병이 어리바리한건 간부나 병사나 마찬가지인데 하필 야외훈련장에서 텐트를 치고 훈련을 하는 도중에 전입을 와서 오자마자 훈련을 뛰어야하는 불운의 신병이었습니다.      

“충성!” “이병 박민수!”      

“2분대로 전입왔습니다.”     

잔뜩 얼어 있는 신병에게 전 좋은 말만 해주며 옆에서 챙겨주었습니다.     

“그래 반갑다.” “내가 2분대 하사분대장이야.”     

“오자마자 훈련이지만 넌 신병이니깐 특별대우야.”      

“훈련은 신경 쓰지말고 선임들이 어떻게 하나 잘 봐두고 맞선임만 잘 따라다니면 돼!"     

겨울을 앞둔 늦가을 훈련장의 밤바람은 겨울만큼이나 추웠고 전방의 냉랭한 공기에 신병이 기침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취~ 에취~!”     

보다 못한 제가..      

“신병!” "너 텐트에서 잘 때 이 핫패드써라!"      

“사제 핫패드라 보급받은거보다 따뜻할 거야.”     

“뜨거워지면 주머니에 넣고 꼭 잠들기전에 침낭에 빼고 자야되!”      

“안그러면 너 화상입는다.!”     


다음날 아침 일찍 훈련장에 대대장님이 순찰을 오셨고 신병인 민수와 대화를 하고 계셨습니다. 짧은 면담을 마치고 대대장님의 표정이 일그러지셨고 전 호출 받고 혼나야 했습니다. 중대장님도 불려왔는데 상황을 보니 제가 준 핫패드를 주머니에 넣고 잠이 들어버려 허벅지에 화상을 입었던 것입니다. 대대장님의 아픈 곳 있냐는 질문에 덥석 핫패드 얘기를 하며 괜찮다고 말하는데 어제 전입온 신병이 다쳤으니 속상하셨던 대대장님의 꾸중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민수도 저도 짬밥을 조금 더 먹고 민수는 잘 적응해서 군생활 하며 병장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민수는 전역을 코앞에 둔 말년 병장이 되었습니다. 민수에게는 비슷한 입대날짜의 동기가 두 명 더 있었는데 항상 삼총사처럼 붙어 다니며 생활을 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전역을 몇 달 앞두고 있는 말년 간부였고 전역 후 살아갈 고민에 군생활은 크게 개의치 않고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 주의로 병사들과도 터울 없이 지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했던지 선임간부님에게 질책을 여러번 받기도 했습니다.      

“2분대장!.”      

“애들 말 다들어주지말고 화내고 큰소리도 치고 해야지!”      

“애들이 영악해서 무서운 간부님 말만 듣는다니깐!”      


저는 군생활간 똑부러지지 못하게 병사들을 대하지 못하는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고 제 성격에 비추어볼 때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이밖에 다른 이유들과 함께 전 군생활의 길이 아닌 다른길을 가보기로 마음먹고 전역을 결심한 것이죠.     


그 무렵 군대에선 잘못한 병사들에게 힘든 군기교육대나 얼차려가 제제되는 시국이였고 간부가 후임간부에게 또는 병사들을 구타하거나 폭언 욕설하여 징계 받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거기다 상벌점 제도라는 보수적인 군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제도도 많아서 병사들의 군기는 점점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한적한 토요일 낮에 저는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고 생활관 앞 복도에 전 분대원들을 집합시켜놓고 전달사항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식사 이동간에 군가 큰소리로 하고 대대장님 지시로 제식불량 지적받았으니까 제식 확실히 하고 특히, 맨 뒤에 서서가는 우리병장들!”      

“내가 항상 말했지?” “기본만 지켜주면 나는 근무 때 최대한 편의 봐줄거니까 후임병들,...”     

저는 말을 하다 그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맨 뒷줄에 집합해 있는 병장들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민수는 짝다리를 한 채 옆에 동기와 속닥속닥 이야기 중이었고 그 옆에 다른 동기 녀석은 역시 짝다리를 한 채로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던 것입니다. 저는 울컥해서 ...     

“야! 거기!” “민수랑 정현이, 명호!”     

“내가 집합해서 전달사항 얘기하는데 너희들 태도가 그게 뭐야?”      

보통 이정도 액션에서 주의하겠다, 죄송합니다 등의 반응이지만 전역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세명은 크게 바뀌는 게 없었습니다. 게다가 민수는 다음날 부대를 떠나 사단에서 전역병사 행사만 치르면 전역을 앞두고 있어 불만이 크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었습니다.      


그간에 “병사들에게 너무 잘해주지 마라.” 라는 질책과 함께 꾸준한 스트레스가 농축된 저는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세명을 따로 행정실로 불러 일단 꾸짖고 ‘전역 하는 거 아는데 간부 앞에서 그러는 거 아니다’ 라며 낮고 근엄하게 주의를 주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날 늦은 오후 중대장님 호출로 대청소가 잡혔습니다. 전 방송으로 전달했습니다.      

“중대장님 지시사항으로 지금부터 각 생활관 화장실 등 대청소 할거니깐 분대원들 분대장이 집합시켜서 시작해라!” “조금 있다가 중대장님 오실거니깐 청소 끝난 생활관은 나한테 보고하면 내가 검사할거다!”      

"괜히 짱박히고 PX가면 벌점부과하고 보고할거니깐 절대 그러지 말고 이상!"     

약 30분뒤 저는 생활관을 돌며 순찰을 했고 혹시나 싶어 PX를 가봤더니 민수랑 정현이, 명호가 떡하니 소세지와 라면을 먹으려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것들이!” “너희들 안되겠다 따라와!”      

“화가 잔뜩 난 제가 너희들 내가 방송으로 말했는데 못들었냐?”      

“앙?” “너희 벌점 종이 가져오고 지금부터 편의시설 통제다!”      

“이 자식들 엎드려!” “푸쉬업 20회 실시!”      

평소와 다른 제 목소리와 표정을 느꼈던지 민수를 제외한 2명은 마지못해 하는 흉내라도 내는데 뻣뻣히 서있던 민수가 말했습니다.     

“당직사관님!”      

“저 내일이면 사단 가는데 전역하지 않습니까?"     

“저보다 늦게 전역하는 동기들과 이야기 좀 했습니다!”      

“저 벌점 100점 맞아도 이제 신경도 안씁니다.”     


전 순간 이성을 잃어버렸고 평소와 달리 욕설과 함께 세명을 행정실로 부른 다음 완전군장 꾸려서 집합시켰습니다.      

저 역시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완전군장을 꾸리고 집합한 세명의 얼굴엔 온갖 불만과 분노가 드러났습니다.      

당직근무를 서면서 보고하던 단체메신저 방에 이런 상황을 보고를 드렸지만 중대장님은 답이 없었고 행정보급관님의 전화가 걸려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다. 행정보급과님의 첫 마디는 저를 더 화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욕했어?” “안했어?” 행보관님은 아무리 화가나도 먼저 욕을 하면 후에 말이 나오기 마련이고 요즘 분위기상 좋지 않으니 완전군장하는 애들을 불러 차라리 청소를 시키라는 것이었습니다.      

“행보관님!” “이 자식들 청소시켜봤자 손가락하나 안 움직일 겁니다!”      

제 편에서 해답을 주실 줄 알았던 행보관님의 대답이 전혀 달라서 사실 전 실망한 상태였습니다. 바로그때! 창문밖으로 연병장에서 완전군장을 하는 녀석들을 보고 있는데 세명중 한명이 괴성을 지르며 17+1 욕을 짧고 큰소리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저 들으라고 일부러 큰소리로 지르고 있었습니다. 전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세명을 행정실로 부른 다음 말했습니다. “중대장님한테 다 보고 드렸고 자기가 잘못했다 생각하는 녀석들은 두바퀴만 더 돌고 벌점쓰고 생활관 복귀해라.”      

“잘못한거 없다는 녀석들은 그대로 서있고!” 그렇게 1시간이 지날 무렵 민수를 제외한 두명은 두바퀴를 더 돌고 복귀하겠다고 말하며 나갔고 민수만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대로 서있었습니다. 방탄헬멧과 군장 총을 들고 있는데 저는 실내였지만 방탄헬멧조차 벗지 못하게 했습니다. 일부러 군장을 풀어 검사한 후 ..     

“이게 완전군장이야?”      

"가서 군장 다시 싸서 문 앞에 집합해!"     

“똑바로 안하면 넌 중대장님 오실 때까지 안끝날꺼야!”     

민수는 3번이난 군장을 다시 꾸려왔고 그럴 때 마다 전 자그마한 꼬투리를 잡아서 다시 군장을 꾸리게 했습니다.     

“박민수!”      

“지금 장난해?”      

“누가 야삽을 군장안에 넣으라고 했어?”      

“군장 옆에 결속해서 다시 집합해!”     

전역 전날 화가 날때로 났던지 생활관 복귀하며 외마디 ‘악’ 소리와 함께 신발장을 발로 쾅 차는 민수를 보고 다시 불러 세웠지만 제 말을 무시하고 생활관으로 들어가는 민수였습니다.      


그때 마침 사복차림의 행보관님이 오셨고 말씀을 드렸지만 제 편이 되주진 못했습니다. 병사를 관리하는 제 모습이 너무 미숙하고 감정적으로 대하며 특히, 욕을 먼저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행보관님이 세명을 데리고 다시 면담을 한 후 돌려보냈고 제게는 세명을 그냥 일단 두라고 하시곤 가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당직근무가 끝날 무렵 행보관님이 오셔서 전역병 행사하러 사단으로 떠나는 민수랑 상담을 마친 후 기분 좋게 보내주었습니다. 전 하룻밤동안 민수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민수가 전역하고 일주일 뒤 저는 주임원사님에게 불려갔습니다. 전역병 행사할 때 ‘마음의 편지’라는 사단장님 소원수리에 ‘기분대로 당직근무 서며 병사에게 폭언 욕설, 얼차려 남발하는 간부’로 제 이름과 그때의 내용을 민수가 적은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주임원사님 질책과 연대주임원사님 호출, 사단주임원사님 호출로 질책을 받아야 했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타 중대 행보관님은 제말에 공감을 해주시고 전역 앞둔 병사들의 오만함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해주셨습니다.      


며칠 뒤 문득 저는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분명 민수와 나머지 두 명이 어긋나는 행동을 했지만 저 역시 간부로써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지막 전역 날 가장 기쁜 날, 기분좋지 않게 전역했을 민수에게 감정이 사라지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후임들에게 물어 전역한 민수에게 전화로라도 서로 마음을 풀자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지만 왠일인지 받지 않았습니다. 동기였던 정현이와 명호는 전역전에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하자 바로 수긍하며 자신들이 버릇없었다고 용서해달라며 마음을 풀게 되었습니다. 민수에게 다시 문자로 “기쁜 전역날 감정적으로 대하며 욕하고 기쁘게 전역 못시켜줘서 미안하다.”      

“서로의 잘못이 있었고 늦었지만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다.”      

“연락처 남기니 시간날 때 전화 주고 밖에서도 건강해라!”      


지금은 저도 민수처럼 전역을 했습니다. 신병시절부터 민수와 만나 전우애를 쌓고 이제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고 연락도 닿지 않지만 건강히 잘살고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민수야!” “나 2분대장인데 우리 언젠가 만나면 소주한잔 하고 싶다!”      

현역에 계신 간부님들, 부디 저처럼 미숙한 행동보다 동생과 가족같은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며 군인으로써 또한, 인간적으로도 잘 지내시고 깊은 전우애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현역 간부님들 파이팅입니다. 충성! 


작가의 이전글 나의군대, 나의추억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