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라디오를 듣는 이유
나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처음부터 즐겨 듣진 않았다. 잦은 광고와 소리로만 접해야 하기에 영상보다 크게 와 닿진 않았다. 당연히 영상이나 사진이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받기 마련이니깐.
그러다 작년 겨울 장모님과 일을(곶감 꼭지 따기) 하다가 라디오를 틀어놓고 지루함을 달래곤 했는데 웃기거나 재미있는 사연이 귀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재미가 있구나.." 하며 생각하는데 장모님이 말씀하신다.
"널린 게 선물인데 글 좀 써 봐."
"혹시 알아?"
웃어넘기고 말았다. 그때만 해도 라디오에 사연이 나온다는 건 큰 이벤트라고 생각했으니 내겐 해당사항이 없을 거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협찬해주는 상품 소개와 사연 소개자에게 푸짐한 선물을 드린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장면을 종종 듣게 된다.
며칠 뒤 내게도 라디오에나 나올법한 에피소드가 생겼고(술 관련 실수담) 머리에 번쩍하며 이 말이 떠올랐다.
"이 에피소드 라디오에 글 쓴다면 재미있겠는데?"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주섬주섬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사연을 적었다. 첫 사연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적고 싶더라. 적으면서 혼자 피식 웃기도 하고 "과연 이게 남들이 들어도 재미있을까?" 궁금하여 아내에게 물었다. 난 아내에게 사소하고 궁금한걸 잘 물어본다. (그래서 아내가 이런 물음을 싫어함)
"여보 내가 이러이러해서 사연을 쓰려는데 라디오에.. 어때?"
아내의 첫마디는 "안될 거야!"
"라디오 사연 나오는게 쉽니?"
"소발에 쥐잡기지!"
그렇게 사연을 적고 저장을 눌렀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소식은 없었다. 당연히 기억에도 잊힌 두 달 후쯤.. 아침 8시 30분경 전화가 걸려왔다. 02 번호로 시작하는 처음 보는 번호라서 김미경 팀장 같은 부류라 여겨 받지 않았다. 순간.. 이상한 느낌에 괜히 그 번호를 녹색창에 검색해 보니 MBC 라디오가 주욱 검색되길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사연이 당첨되어 오늘 방송되니 들어보라는 친절한 작가? 님의 전화였다.
갑자가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내가 쓴 사연이 정말 라디오 방송에 나온다고??"
"살면서 이런 일도 있나?"
9시부터 방송이 나왔고 밖에서 사연을 핸드폰으로 듣던 나는 혼자 너무 웃어 버렸다.
편집은 특정 상표나 이름 부분만 삭제되었고 거의 그대로 DJ가 읽어주었다.
선물도 준다고 했다. 냄비세트와 차가버섯세트가 후에 왔고 배송까진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장모님께 선물을 드렸고 물론 좋아하셨다. 궁금해진 장모님은 다시 듣기로 내 사연을 들으셨고 난 너무 민망했다. 특이한 경험이다 하고 넘길 수 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재미있다. 또 쓰고 싶다. 또 내 이야기가 방송에 나왔으면 좋겠다.
선물이 오기까지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선물이 배송되는 시간에 다른 사연을 쓰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라고..
그렇게 라디오 열혈 청취자가 1명 탄생했다.
글 쓰는 게 적성에 맞는지 거부감은 들지 않았고 겉보기와 다르게 라디오의 세계는 광활하고 다채로웠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라디오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청취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짧은 시간 같지만 나에게 많은 경험이 되었다.
라디오는 소통의 방송이다. TV처럼 혼자 진행하지 않고 청취자가 참여하고 들어주어야 비로소 잘 굴러간다.
또한 공감의 방송이기에 청취자의 사연이나 의견을 수렴하고 DJ가 대표로 말해준다. 전국에 방송을 듣고 웃는 청취자들이 공감하기 때문에 나 또한 피식 웃었고 써볼까? 했고 재미를 느껴왔다.
개인적으로 라디오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 자체가 기쁨이 된다. 사연이 운 좋게 방송에 나오면 짜릿하고 선물이 집에 도착해서 열어볼 때면 다시 한번 기쁨을 느낀다.
글쓰기를 계속 이어주고 메모하게 해 주고 재미와 함께 나의 이야기로 어딘가에 있을 청취자와 공감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매개체이자 살림의 보탬? 과 좋은 글쓰기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라디오에 귀 기울인다.
첫 라디오 사연 방송이었던 채널
라디오에 글 쓰는 이유
라디오에 글을 쓰면 상품이 온다.
이 부분은 너무나 당연한 이유이기에 넘기겠다.
아!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면 라디오 선물을 받아보니 모든 게 다 좋은 선물은 아니었지만 내 경험상 90% 이상은 하찮은 선물을 주지 않는다. 가격 대비 좋은 선물을 준다. 굳이 가격을 따져본다면 모바일 쿠폰(5000원 상당)부터 보통 3만 원대 ,5만 원대, 10만 원대, 20, 30만 원 이상대이다. 조금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30만 원 이상 받기는 사실 쉽지는 않아 보였다.
라디오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핸드폰 어플로 쉽게 참여도 가능하다)
라디오엔 수많은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수많은 재미가 숨어있다.
MBC, SBS, KBS 등 그 방송마다 프로그램이 다양하며 그 방송 성격도 다르다. 음악 위주이거나 사연이나 뉴스 위주이거나 등이다. 그 프로그램 하나에 들어가 보면 보통(매일 코너), (요일코너), (실시간 참여)로 크게 나뉘는데 라디오의 특성상 음악은 필수이다. 30분, 정각에, 사연이 끝난 후에 광고가 나오고 하는 식인데.. 듣다 보면 쉽게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프로그램 하나에도 정말 다채로운 코너가 준비되어있고 매년 개편되면 살짝 코너나 DJ가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그램 하나만 보더라고 전부 참여하다 보면 각기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사연 쓰는 특성도 다르기에 자기랑 코드가 맞는 관심 가고 쉬어 보이는 코너에 먼저 참여해 보면 된다.
"여기에 쓰면 재미있겠는데?" , "이 코너에 소개된다면 흥미롭겠네?" 하는 그런 코너 말이다.
아니면 그 프로그램 방송을 조금만 꾸준히 듣다 보면 성격과 연령대가 나온다. 그걸 알게 되면 자기랑 맞는 부분만 찾아가기 마련인데 나중엔 따지지 않고 글을 쓰게 된다. 내가 그 코너나 프로그램 연령대, 라디오의 큰 분위기를 맞춰가는 수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라디오엔 다양한 사람들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인생이 숨어있다.
다양한 청취자의 실시간 의견도 엿볼 수 있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과 해외동포? 분들이 라디오를 듣는다. 저마다의 사연과 신청곡도 다르고 살아온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새삼 깨닫는 부분이 많다. 희로애락이 모두 표현되는 공간이 라디오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분들이 편집을 할 수 도 있지만 내가 쓴 글에 대한 청취자들의 실시간 반응을 엿볼 수도 있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필력으로 글을 쓰고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반 사람? 들을 접할 수 있다. 사소하고 생활밀착형 글인 거 같은데 저런 작은 주제로도 글감을 꺼내어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참 신기했다. 옆에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을텐테 말이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른 청취자 사연글의 장점을 배울 수 있고 나의 글쓰기의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서론이 너무 길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컬투쇼를 들어보면 간략하고 핵심적인 부분으로 웃겨준다. DJ의 능력도 있고 그냥 웃긴 사연 듣는다 할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 그런 점을 배우기도 했고 내 사연의 청취자 피드백을 듣고 묘사를 깊게 하려고 애쓴다고 깨달았다. 뭐 그런 식인데 그런 점이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배울 점이라 생각한다. 물론 사연 그 자체로 감동받거나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볼 기회가 될 때도 있으리라.
그래서 라디오 들으라고??
라디오가 난 안 맞는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내 아내처럼)
난 그냥 듣는 게 좋아할 수도 있다.
광고와 계속 떠들어대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끼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 모든 라디오를 프로그램을 사랑하진 않는다. 크게 와 닿지 않는 라디오도 있고 당첨이 되고 상습? 적으로 선물을 누락시키거나 그걸 건의했는데도 댓글로 확인해주고 정작 선물이 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극 소수)
글쓰기를 즐겨하고 관심 갖는 사람이라면 라디오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들어보고 나랑 맞는 거 같다면 꼭 참여해 보고 선물도 받아보라.
나처럼 새로운 세상에 눈뜨고 재미를 찾고 글쓰기 능력을 자연스레 키워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응 , 그래서 한번 들어봐! 라디오! 나쁘지 않아!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할 거지만) 라디오를 큰 주제로 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매거진에 프로그램별 코너별 DJ 등 라디오 청취자의 관심을 녹인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지치지 않을 거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