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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잘꾸 Apr 05. 2020

미래의 우리는 분명 오늘을 그리워한다

내일 만나자고 했던 지인과의 약속을 취소했다. 조촐한 술자리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금은 우리 가족이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가족끼리 거실에 모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일도 나누게 된다. 평소엔 회사에 가고 학교에 가고 저녁시간에 단란하게 만나겠지만 지금은 집에서 아웅다웅 투덜거리며 지내고 있다. 모여있으니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이 되어 오히려 긍정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지인을 통해  듣게 되었다. 한편으론 매일 붙어 있으니 확률적으로 가족 구성원끼리 다투는 시간도 잦아졌다.


뉴스에선 코로나 19 사망자 소식과 확진자 소식이 들려오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연신 홍보 중인데 가족끼리도 지친 마음의 ' 자발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까?


돈문제로 가볍게 시작한 대화 주제가 그만 엇나가고 말았다. 내 생각이 짧은 탓일까? 돈 관련 문제를 쉽게 말하려는 게 애초에 우스운 생각일까?

우리가족은  단축근무로 쉬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함구하고싶어 더 쓰지 못하겠다.  아직 자세한 출근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다음 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어제 퇴근할 무렵 급하게 회의를 하고 나도 단축근무 예상 범위에 들어갔다. 피부로 직접 와 닿으니 코로나 19를 체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회사가 흑자가 나야 되는데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하니....."


과장님이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뒷부분 말줄임표는 모두가 예상하고 겪고 있는 이유가 맞다.


"나도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을 겪는 분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겠지만 지금은 눈 앞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진다. 집에 와서 가족과 상의를 하다가 말했다.

대책이 있어야 되는데 했더니 "대책은 무슨 대책이야 아껴 써야지 돈!" 하며 딱 잘라 말한다. 아이스크림 사달라는 딸의 부탁도 쉽게 들어줄 수 없게 되었다. 그만큼 생활비의 타격을 받게 되니 나 자신이 참 무능력해져서 힘이 빠진다. 앞으로 코로나가 물러가고 비슷한 상황이 또 온대도 굳건히 견디고 이겨내야 할 텐데 그래도 괜찮아 아직은 괜찮으니 멀리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니 가끔은 무료해지는 권태를 해결하려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사는 순간'만 좋아하는 건 아닌지 반성하라며 책꽂이에 새책들이 꽉 들어차 의자에 앉은 내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다.

그렇다. 새 축구공을 사면 기분이 너무 좋아 애지중지 껴안고 잠이 들었고 새 신발을 엄마가 사주면 아까워서 진흙이라도 잔뜩 묻은 날엔 하루 종일 신발을 닦고 또 닦았다.


화장실에 갈 때는 이상하게 집중이 잘돼서 꼭 책을 하나 끌어안고 들어가서는 두세 줄 읽다가 딴생각에 집중하다 볼일이 끝났다. 그날도 한 권을 집어 들고 끙끙대며 근심을 덜고 있는데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라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지금보다 부족하고 가난하고 어려웠지만, 마음만은 더 풍요롭고 행복했다는 뜻일 것이다. 미래의 어느 곳에 오늘을 그리워하는 내가 서 있을게 분명하다고..  



코로나 19로 생긴 갖가지 어려움과 고난들에 대해 시간이 약이 되고 여물어 그 속에도 행복이 있었다고 기억될 거라 나는 믿고 있다.


"자영업 하면서 그렇게 힘든 적이 없었지만 돈 주고도 못 배울  질병예방 관리 노하우를 알게 되었지."

"회사 운영하면서  경영난에 힘들었지만 직원들의 자발적 단합에 노. 사를 떠나 한마음이 되곤 했었지."

"한 달에 보름만 출근하면서 직장의 소중함을 깨닫고 어려움을 나누면서 직장 선후배들과 단합이 그렇게 잘되던 시절이 없었지."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가족이 곁에서 가장 큰 힘이 되고 이겨내지 못할 어려움이 없단 걸 아내와 남편과 아이들 덕분에 그때 내가 잘 버틸 수 있었지."


라고 우리는, 미래의 우리는 분명 오늘을 그리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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