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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잘꾸 Mar 28. 2020

법은 지켜야 되니 아쉽다?

법은 지켜야 되니 아쉽다. 문의사항에 대한 구청 직원의 냉랭한 말.


"안됩니다. 사정은 보이지만 법은 지켜야 되니 아쉽습니다. "


*(1분이든 5분이든 장애인 주차공간을 막거나 방해하거나 잠시 비상등 켠 채 머물러도 사진이 찍히면 벌금을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택배차량도 원칙적으로 예외는 없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가뜩이나 부족한 아파트 주차공간이 만석이 되어 빠지질 않았다. 야근을 하고 새벽에 퇴근한 어느 날 단지를 몇 바퀴 돌다가 근처 멀리까지 가도 자리가 보이질 않아 지치고 말았다. 장애인 주차구역이 한자리 남았지만 평소엔 주차를 하지 않는데 그날따라 좀 짜증도 나고 해서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빼야지 하고 그대로 주차 후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차량을 옮겼고 며칠 뒤 주차위반 벌금 용지가 날아왔다. 기간 내에 내면 8만 원, 안 내고 개기면 10만 원.

한두 번 찍어본 솜씨가 아닌지 사진은 아주 선명하고 황금각도에 찍혀 있었다. 단 한 장만 찍진 않았겠구나. 누군가는 내 차량을 예의 주시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신혼여행을 기분 좋게 떠나는 날,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비행기 출발시간에 늦을 지경이었다. 만약, 비행기를 놓친다면 지금의 기분을 망쳐버릴 같아서 버스전용차로에서 의미 없는 비상등을 켠 채 부리나케 달려 인청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여행을 기분 좋게 다녀온 까맣게 잊고 살다가 무려 30만 원 이상의 범칙금을 내야 했다. 범칙금보단 그날의 기분을 망치는 게 더 두려워 위반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벌금을 떠나서 위험한 행동이었다.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신고에 대해 어떻게 진행되나 궁금해져 검색을 해봤더니 카페나 블로그 등에 아주 자랑스럽게 주차위반 신고를 상당히 오랜 기간 자신의 주거지에서 정의구현을 인증해주고 댓글과 공감으로 엄청난 지지를 받는 몇몇 사람들의 글을 발견했다.


그들은 벌금딱지를 [상품권]이라 지칭하고 있었다.

"법좀 잘 지키라고 내가 선물로 상품권 보내줬다."

"상습적이 길래 혹은 눈에 띄길래 두둑이 보내주었다."

"나는 저 멀리 주차하고 짐 들고 오는데 떡하니 얌체 주차하면 신고해줘야지"


라고 말하며 억울해하지 말라며 '지킬 건 지켜야지'를 강조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만히 보니 이분은 장애를 가지신 분도 딱히 아닌 거 같다. 내가 장애인이라 주차를 못했거나 불편을 직, 간접으로 느껴서 신고한 거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누가 신고를 하든 따지고 싶지 않으니 오해는 금물.) 평소에 장애를 가지신 분이 불편을 느껴서 신고하신 게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분명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적용되는 계약서 미작성이나 법정 근로시간 위반, 산업재해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에 다쳤을 때도 사실 적용받지 못하고 암묵적 자비로 치료받고 쉬쉬하고 윗선의 분위기에 맞추고 입을 다무는 경우 등이 사실 주변에 지인들을 보더라도 아주 많이 있다. 산업재해만 보더라도  자신의 고용을 쥐고 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지, 잘릴지 겁이 나기 때문이다. 법대로 신고하면 쉽게 해고는 안 당한다. 다만 스스로 나가떨어지게 일을 빙빙 돌리거니 잦은 스트레스를 주고 분위기를 정치질 해서 심리적으로 다닐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꾹 참고 계속 다닌다고 해도 [반역자]라는 딱지는 달고 살아야 한다.


회사에서 단체에서 법을 위반하고 그 조직 속에 함께 할 때 우리는 '법대로 하자고 불법을 신고하고 법은 지켜야죠'라고 감히 쉽게 말하지 못한다. 자신의 고용을 쥐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그렇게 혼자 법을 들먹거리면 [반역자]가 되기 때문이다.


조카가 즐겨보던 (비질란테) 란 네이* 웹툰이 있다.


경찰대 우수한 성적의 주인공이 어린 시절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부딪혔다는 이유로 엄마를 폭행으로 잃고 가벼운 처벌로 자유의 몸이 된 피의자를 지켜본 후 뉘우치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해서 폭력으로 살인을 하고 그것을 자신의 평생 소명으로 여기며 두 얼굴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더 보호하는 형평성 떨어지는 법을 바꾸고,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밤거리의 범죄자를 물색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악마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 악마의 길을 택한 주인공.

법을 어기지만 세상은 아직 악마들이 판치고 있고 그를 잡고 응징하기 위해 스스로 천사의 자격을 버리고 악마를 택한 주인공은 슬픈 과거와 분노로 얼룩져 현재의 범행을 정의라고 믿고 법의 구멍을 두 주먹으로 메울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잡힌다 해도 난 범죄자가 아니라고 내가 정의라고 부르짖고 사실 제멋대로인 왜곡된 법 앞에 굴하지 않는 [비범인]이라 말하고 싶어 한다.


비질란테 웹툰의 내용을 잠깐 빌리자면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무겁게 처벌한 죄는 살인, 강간, 그 무엇도 아닌 반역죄! 기존 권력의 시스템에 도전하고 거기에 성공하지 못한 자.라는 대목이 나온다.


아무리 심정적으로 옳은 행동이라도 시스템에 폭력으로 도전하는 건 생각해볼 문제이며 주먹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사정은 딱하지만 법이 그러니.. 법은 지켜야 되니....

지극히 개인적으론 이 말을 참 싫어한다. 난 준법시민도 아니고 위반도 자주 한다 사실이다.

새벽에 뻥 뚫린 넓은 도로에 카메라도 없고 차도 한 대도 없다면 주변을 살핀 후 지나간다. 빨간불이 끝나길 잘 기다리지 않았다. 최근에 블랙박스 사고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면 아무 사고가 안 날 것 같아도 조심하고 지킬 필요는 있다고 절실히 깨닫는다. 유명 가수였던 사람이 단 한 번의 얕은 위반이나 위반을 한 상대방 때문에 신체를 크게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소개되었다. 사고란 건 언제 어떻게 생길지 아무도 장담 못하기 때문에. 법을 위반한 사실과 과태료.. 내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부터 쓰는 말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감정을 담았다.  생각이 짧은 부분이 있더라도 일기장이라 생각하고 솔직히 말해보겠다.





"법대로 해야죠." 란 말은 마치 날 놀리는 것 같다.




있어선 안될 일지만 만에 하나 가까운 사람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사망하거나 평생의 상처를 받았고, 다행히 범인이 잡혀 무거운 형량을 받고 몇 년 후 감형이 되었거나 혹 처음부터 제3자가 보기에도 터무니없는 가벼운 형벌을 채우고 다시 자유의 몸이 되어 내 눈앞에 있다고 했을 때 법은 용서하고 끝났지만 그 사람을 나는 용서할 수 있을까? 법과 개인적 보복이 있다면 나는 후자를 택할 것 같다.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신고 및 기타 다른 법 위반에 대한 삐뚤어진 증오와 정의구현을 핑계로 마구잡이 신고는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계속 위반 주차하는 사람에 대해서 장애인이 피해보라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이 문제는 끊임없이 위반하는 사람과 그들을 끊임없이 보복적으로 신고하는 사람의 싸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를 가지신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모두 사람이고 인권이 있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 물론 장애를 가지신 분이 법적으로나마 편의를 위해서 좀 더 배려받고 보호를 받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는 납득하고 알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툼을 최소한 유발하지 않는 배경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주차문제만 본다면 단지네 주차공간이 좀 더 여유가 있다면 고의적 얌체 불법주차 차량을 제외하고 그래도 발생 건수가 적지 않을까? 급하게 혹은 부득이하게 장애인 주차공간에 주차를 할 경우에(ex 택배, 짐을 옮기거나, 남이 이중 주차된 내차를 밀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공간을 막거나 침해할 경우 등) 법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선에서 위반이 될 경우 무조건적인 과태료? 벌금만이 정답일까? (*벌금을 내기 싫다는 의미는 아님)


세대별 장애인 주차공간을 정확히 파악한 후 거주하는 분들이 100% 부족하지 않게 주차공간이 지급된다면 장애를 가진 분들이 주차문제로 불편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주차위반 과태료를 내면서 날 신고한 사람을 원망했지만 덕분에 이렇게 생소한 분야에 대해 고민해본 글을 남길 수 있어 한편으론 다행이라 스스로 위로했다. 혹시 며칠 뒤 또 무언가 어디에서 위반한 벌금고지서가 날아온다면 그때도 내 멘탈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사실 장담할 순 없다 나도 감정의 동물이기에.


다시 내가 위반이 되어 고지서를 받는다면 신고자를 내가 알 순 없지만 '그 사람'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삐뚤어진 증오와 왜곡된 정의구현, 법질서 정립, 나라의 세금 내는 것에 자신이 일조한다는 나르시시즘에 범벅되어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는 희생양이 두 번 다시 되고 싶진 않았다.


혹시라도 나를 신고한 분이 이 글을 본다면 이렇게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애초에 법을 지키시면 될 것 아니에요?"

"당신 때문에 내가 주차도 못하고 얼마나 불편을 겪었는 줄 아세요?"

"법을 지키셨다면 아무 문제없잖아요? 제 말이 틀렸나요?" 이렇게 말이다.

물론 틀리지 않았고 내가 반박할 수도 없고 말해봐야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말은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만약 위에처럼 이야기한다면 지금 이분들과 똑같으니 말이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공간 부족의 문제로 차를 주차했는데 주차 관리인이 장애인 주차구역이니 이동 주차해달라고 하고 불법주차 차주는 공간이 부족하고 내가 여기 살면서 주차비용으로 00만 원을 내는데 주차를 못하고 있으니 주차관리 쪽에서 해결해달라며 실랑이가 붙었단다. 주차관리인이 법을 들먹거리자 화가 난 차주는 이렇게 말했다. "법? 좋지. 법대로 하자고!"
"난 차 안 뺄 테니 벌금 내면 될 거 아닙니까? 당신이 말한 법대로!"
"안 지켜도 그만이다 주차하고 00만 원 내고 끝이니까."


우리 법의 취지는 이런게 아니잖아요!


"애초에 법을 안 지켰으니 당신이 문제다!"라고 말하기 전에 그 사람 나름의 사정도 좀 고려해주면 안 될까?" 그걸 뒷받침해줄 제도나 배경이 개선되면 좋겠다. 핸드폰 어플로 아주 쉽게 사진을 찍고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달하였다고 겉으론 불법주차 문제를 막는 것처럼 보여도 근절되지 않고 재발한다는 것. 또 다른 모순을 낳고 있는 것 같다.


"개인 사정 다 고려해주면 그게 법이냐고?"

그 말도 맞다.


주차공간이 좀 더 여유 있고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장애인 불법주차 문제가 줄어들까?

공동주택의 장애인 주차공간 전부가 마치 나는 장애인이니 내 개인 전용 주차자리다 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벌금을 냈다. 아까운 내 돈 8만 원 ㅠ.ㅠ  내 돈이라 참말로 아깝기 그지없구나.

법은 지켜져야 하니 나도 예외가 없다.


최근 N번방 사건 같은 사회적 이슈 논란 속 악질적인 용의자의 형량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사건만 보더라도 피의자를 강도 높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이런 범죄가 생길 배경이나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 사람들의 성에 대한 인식 변화도 무거운 형량의 비중만큼 중요하지 않냐 이 말이다.

N번방 사건의 피의자가 부디 생각보다 보다 많이 무겁게 형량을 받아서 피해자들의 눈물이 조금이라도 덜어진다면 좋겠다.



두서없는 제 글과 감정에 혹시 의견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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