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 의리!
장인어른과 장모님 저는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습니다.
저는 농사를 짓기 위해 처가살이 하고 있는 백년손님 사위입니다.
장인어른과 같이 일을 하다보면 정말 의리가 있으십니다. 절대 혼자 술 드시지 않고 꼭 저와 함께 술자리를 함께 하십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자주 하시는 말씀!
“거 짜식아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되.”
“가족들간에도 의리가 있어야 화목하고 믿고 사는거야!”
장인어른은 고기와 술을 무처 좋아하시구요. 장모님은 반대로 고기보단 건강에 좋은 채소와 나물반찬, 청국장 등 건강식을 좋아하세요. 정월 대보름 아침 식사 자리에서 갖가지 나물반찬이 잔뜩 올라왔고 평소 고기를 좋아하시는 분인 장인어른이 장모님께 은근슬쩍 반찬 투정을 하셨습니다.
장인어른께서
“아니.. 무슨놈의 반찬이 죄다 풀밭이여?”
“밥상이 아주 저 푸른 초원위에 있구만.”
장모님께선
“불평하지 말고 들어요.”
“오늘 정월대보름이라서 나물많이 한다고 힘들었으니 잔말말고 드세요.”
“간이 많나 모르겠네.”
“안서방!”
“이거 고사리 간이 맞나 좀 봐봐.”
전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 스타일이라 불평없이 먹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불평낼 입장도 못되고 처갓집이라 눈칫밥을 조금 먹고 있거든요. 하지만 장인어른은 평소 즐기시건 고기류가 없다며 툴툴 거리셨고
“요새 시장에 과메기 나오드만.”
“6시 내고향에서도 나오던데 미역이랑 싸먹으면 참 좋겠더라고.”
“고기가 없으면 냉장고에 있는 고등어라도 구워.” 라며 장모님 심기를 건드리셨습니다.
장모님께서
“아니 이 양반이 애도 아니고 무슨 아침 댓바람부터 고기 타령이야?”
“고기 하루 안먹으면 어때서?”
“고기먹으면?”
“술!”
“그놈의 술도 세트로 먹을라고?”
“아침부터?”
장인어른께서
“이사람이....나먹자고 그러나?”
“어흠.. 우리 안서방 먹으라고 그러지!”
“일이 힘드니깐 얼굴 반쪽이 되버렸네.”
“이럴땐 고기나 생선을 먹어줘야 힘이 난다구!”
딱히 할말이 없으셨는지 조용히 밥먹던 저를 끌어 들이시는 장인어른의 한마디였습니다.
그러자 장모님께서 저를 쏘아보시며 물어보시네요.
“안서방!”
“자네도 고기없으면 밥을 못먹나?”
“하하 아뇨 장모님.”
“오늘 나물 반찬이랑 콩나물국이랑 특히 고사리 나물도 간이 딱 맞는걸요.”
그러자 이번엔 장인어른이 절 쏘아보시며
“이것봐.”
“이것봐.”
“남자가 줏대가 있어야지.”
“장모님 고기한번 구워주십시오!”
“이런 말도 못하나?”
“장모님 고기 한번 구웁시다.”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잖아!”
“남자가 할말은 하고 살아야 남자야!”
(저는 나물이 맛있어서 맛있다고 말한 거 밖에 없는데요?) 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면서 말은 못하고 밥만 꾸역꾸역 입으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렇게 아침 과메기 1차 대전이 끝나고... 그날저녁 식사시간에....
외출을 갔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두분이서 식탁을 사이에 두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묘~했습니다. 식탁엔 3인분의 밥과 국 반찬이 준비되어 있었고 장모님이 밥먹자며 저를 부르셨습니다.
“안서방! 저녁먹게.”
“네 장모님!”
장모님이 갑자기 바디랭귀지로 거실에 누워서 1인 단식투쟁 하시는 장인어른에게 밥먹자고 말하라는 시늉을 하셨습니다. 해석하면( 안서방! 장인어른 식사 하시라고 계속 권해드려! 정도였습니다.)
“장인어른 식사하세요!”
“안먹어!”
“난 됐으니 자네 먹게!”
뭔가 단단히 삐지신 것 같아 보였습니다.
할수 없이 장모님과 둘이서 밥을 먹는데...
저는 저녁을 장모님과 먹고 있고 정적은 흐르고 뒤에선 장인어른이 누워서 식사거부로 투쟁하고 계시고...빨리 밥을 먹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바로 그때!
장인어른께서
“안서방!”
“자네가 시장가서 과메기 좀 사오게!”
장모님께서
“안서방이 어디가서 과메기를 사와?”
“낮에 실컷 술먹고 집에 왔으면 저녁밥은 곱게 먹을 것이지 또 시작이여?”라며 발끈 하셨습니다.
“아직 저녁 6시밖에 안됐는데 안서방이 사오면 되지!” “안서방 얼른 갔다오게!”
“네 제가 얼른갔다오겠습니다.”
“시장에 갔다가 없음 요 앞에 마트 가보면 있을거야!”
“과메기로 남자답게 소주한잔 하면서 저녁먹자고!”
“안 좋겠는가?”
“네 장인어른.”
“제가 금방갔다오겠습니다.”
“하하 과메기 요즘 좋죠.”
“미역이랑 파 올려서 싸먹으면서 소주한잔에 아주 좋습니다.”
밥을 반쯤 먹다가 저는 급하게 숟가락을 놓고
“조금만 기다리셨다가 식사하십시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장모님이 발끈 화내시며..
“자네!”
“어딜가!”
“앉어!”
“밥먹어!”
“밥먹다말고 어디가?”
“정말 당신 맘대로 할거야?!”
하시며 식사하시다 말고 숟가락을 식탁에 던지셨습니다. 저는 밥먹다 깜짝 놀랐고.. 이에 질세라 장인어른이 벌떡 일어나시더니~
“이보게!”
“안서방!”
“내가 과메기를 사오라고 했으면 바로 가야지 아직도 꾸물거리고 있나?”
“당신 진짜 나랑 한번 해봐?” 하시며 저를 나무라시길래.. 다시 밥먹다 말고 제가..
“네!”
“제가 막 나가려던 참입니다.”
“이보게 안서방!”
“자네 장모에게 과메기 없인 밥 한숟갈도 못 먹는다고 전하게!”
“장모님 장인어른이 과메기 있어야 식사가 가능하시다고...”
“뭬야?”
“자네 장인에게 똑똑히 전하게!”
“계속 그렇게 하다간 내일 아침부턴 라면만 먹을 수도 있다고 작작 좀 하시라고 전하게!”
“뭣하나! 어서 시장 갔다오라니깐~!”
“앉어!”
“어딜가!”
“해볼테면 해보던지!”
“나랑해보자고?”
“그 얘기는 조금있다가 해!”(문꽝)하시며 단단히 화나셔서 식사를 중단하시고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다시 장인어른은 물만 마시고 거실에 누워서 투쟁하시고 저는 얼떨떨 하게 일어났다 앉았다 하다가 .. 밥그릇에 밥은 남았고 배는 아직 고픈데 슬그머니 혼자 밥을 달그락 달그락 숟가락으로 먹다가 소리가 너무커서 젓가락으로 대충 집어 먹고 물을 벌컥 들이킨 후 부랴부랴 식탁을 벗어났습니다.
몇분 후 방에 들어가신 장모님이 분이 안풀리셨는지 갑자기 차키를 들고 나오시더니 ‘과메기
’를 사러 시장으로 가시는 듯 했습니다. 차 시동을 걸자마자 마당에서 엑셀 밟는 소리가 과격하게 들려왔습니다.
“끼기기기긱!”
“부아아아앙!”
다음날 아침식사시간.... 결국엔 과메기가 식탁에 올라왔습니다.
“당신 좋아하는 것 사왔으니 이제 원 없이 드슈!”
장인어른은 술이 깨셨고 어제의 일은 기억을 못하셨습니다. 과메기와 함께 고등어까지 가시를 정성껏 발라 다정하게 장모님 밥위에 얹어주시고 장모님은 어찌된 영문인지 내심 그런 행동이 싫지 않다는 듯이 씨익 웃으십니다.
“당신이 사와서 그런가 과메기 맛이 아주 일품이네 일품이야!”
과메기를 미역에 돌돌 말아서 먹고 있는데 장모님이 한마디 하시며 절 쏘아보십니다.
“안서방!” “자네 좋아하는 맛있는 과메기 사왔으니 남기지 말고 전부~~다~~아~~먹게!”
장인어른은 과메기 3분의1도 안드시고 식사 마치셨구요. 전 배도 부르고 사실 과메기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 식탁의 평화가 깨질까봐 과메기와 고등어 두 마리 까지 다 먹었습니다.
밥도 한공기 더 먹구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의리 있으신거 같기고 하고 가끔은 아닌거 같기도 한 장인어른과 장모님 모시고 저는 재미나게 처가살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과메기는 다신 안먹을거 같아요!
식탁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냠냠 쩝쩝 후루룩 짭짭!”
“안서방 자네 고기좀 더 먹고 살좀 쪄야겠다.”
“요앞 가게에 족발이 세일하던데.”
“이 양반이 또 시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