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와 105호
나의 사랑이야기나의 사랑이야기나의 사랑이야기
나의 사랑이야기
대학생시절 저는 학교근처에 사는 자취생이었습니다.
그날 음식물쓰레기 버리러가는길에 그녀를처음보곤 반했습니다.
긴생머리에 향수냄새 고양이같은 눈빛.롱부츠를 신고있었는데 정말예쁘고 모든게 황홀했죠.
그녀는 하필 제가살던 주택을 개조한 원룸건물 아래층에 살았고 전 만나보고싶어서 예의주시했지만 다시 마주치기 쉽지않았어요. 매일 기억나는 그녀덕분에 하루는 통성명멘트를 준비해서 기다리다가 원룸공용세탁실앞에서 또다른'그녀'를만났어요.
헝클어진머리카락과 푹눌러쓴모자, 츄리닝차림에 슬리퍼를 신었고 첫눈에반했던 느낌이랑은 너무딴판이었어요. 근데 세탁기가 잘안되는지 끙끙대고있었고 보다못한제가 말을걸었어요.
"저~세탁기가끔씩 잘안되요."
"여기 관리동 주인집번호드릴게요."
"여기 전화해보세요."
그렇게 잠시 스쳐지나고 전 반했던 그녀를 기다리다가 친구를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야~ 너 102호 만나고싶어서그러지?"
"근데어쩌냐?" "102호 사귀는사람있어."
"우리과 과대표랑 사귀잖아."
"알만한사람다알아!"
친구의 발언에 전 혼자좋아하다가 바보가됐어요.
"그러면그렇지 남자친구 없는게 이상하지."
전 실망감에 기분이언짢아서 102호 문앞을지나다가 "어라?" 건물외벽을 돌아가니 뒤쪽으로 105호가 숨겨진 비밀장소처럼 보였어요. 집을개조해서 원룸을많이 만들던 학교후문 동네는 그런집들이 많았어요.
저는 '칼을뽑았으니 무라도썰자' 라는 생각으로 노크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세탁기앞에서 끙끙대던 그녀였습니다.
"이분이 이렇게 예쁘셨나?" 이렇게 속으로 생각했어요.
방금 샤워한거처럼 머리카락은촉촉하고 향수보다 절 취하게했던 샴푸향기와 도톰하고 촉촉한 입술에 또 그만 반해버렸습니다.
아무생각이 안나서 "안녕하세요." "세탁기 잘되시나요?" 정신나간사람처럼 밤10시에 한다는말이었습니다. 그녀는 피식웃더니 "연락처 알려주신 덕분에 잘해결됐어요."하고 문을닫으려했습니다.
"저기요 잠깐만요!" "우리 내일 밥같이먹어요." "그쪽?이랑 친해지고싶어서요." 연락처를 적어주고 "늦은시간 죄송해요."라고 말하곤 냅다 2층의 제방으로 올라왔어요.
그리고 다음날아침에 혼자이불킥했구요. 다음날 수업마칠때쯤 문자가왔어요. (마지막수업끝나면 전화해요.전 수업끝났어요.105호) 다행히 연락이되어서 그녀와 밥을먹고 커피는 그녀가사주고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고백만하면 되겠다 싶어서 덜컥 친해지고 10일정도 뒤에 고백했다가 뻥 차이고 말았습니다.
"미안 나 너보다 먼저 나 좋아해주는 사람있어."
그녀는 또 그렇게 떠나가고 학교를오가며 보고싶지않은 그녀와남친이 다정히 오가는모습을 우연히 보기도하고 골목길에서 마주치면 어색해하며 "안녕."만 하는 사이가되었습니다.
연애를포기하고 약8개월이 흘렀을때 그녀에게 연락이왔고 "술한잔 하자."는 말에 마지못해 나갔습니다. 뜨거웠던 감정은 남아있지않았고 시큰둥해 있는 제게 그녀는 남자친구와 이별한 사실을 통보했고 냅다 남자친구의단점을 일일이 화내며 혼자 얘기하였고 아무감정없던 저는 같이 술먹고 이야기만 들어주었습니다. 술이좀 취한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고 2층 제방으로 왔는데 누군가 똑똑! 그녀가 다시 제방에와선 맥주한잔 더 하자며 왔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우리는 시시콜콜 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잘맞는다고 서로 느꼈나봐요.
그후로 매일붙어다녔어요. 식었던 감정이 다시 살아났고 고백을 하고 사귀게되었습니다.
4년을 사귀고 지금은 결혼8년차 부부가 되었구요. 102호 그녀를 만나려다 105호 아내와 사귀게 된 저는 아내가 알면 화낸다고 비밀로했던 102호 만나려던 사실을 꽁꽁 숨겼었는데, 이미 그 사실을 알고있었습니다. 결혼8년차엔 이미 그런것도 소소한 추억얘기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가끔씩 농담을던집니다.
"당신 그때 102호 만났어야 했어."
"그래야 나랑 결혼안했지."
사랑과 인연..참 알다가도 모를일이지만 105그녀인 제 아내를 지금 가장 아끼고 사랑합니다.
물론 아내도 저와 같은 마음이겠죠?
위층과 아래층에 각각살던 우리는 이제 같은층 아파트에서 옥신각신하며 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