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수줍게 건넨 첫마디는 미처 닿지 못하고 은연중에 흩어졌지
비웃어도 좋아
얼빵한 자세의 나는 꽤 재밌었니
알맞게 익은 감귤들
복도가 이렇게나 짧았던가
슬리퍼 차고 놀 때는 분명하지도 않던 서쪽 계단 어느새 코앞에
나부끼는 커튼 같은 거
작은 바람만으로 얼핏 보이는 거
선뜻 젖힐 수 없는 그런 거
축구공에 맞을 뻔한 날
출타 중인 선생님을 피해 나란히 앉은 보건실
창문은 잘 닫았던가
망설임 없이 커튼 속으로 들어간 손은 이제야 창문을 열었고 너는 웃었지
보건실에서 공을 차면 어쩌니
알코올 냄새
새 천 찢는 소리
나부끼는 커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