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푸른 물감을 주먹으로 내려치듯 사랑한다
아무래도 남기는 것보다 몽땅 쓰는 게 서로에게 바람직할성싶어 시선 따라 A0 타고 올라갈수록 진해지는 하늘과 쭈뼛쭈뼛 헤질 정도로 힘주어 쓴 붓을 수통으로 내동댕이치듯
허영에 들뜬 실 꼬아 쓰는 것처럼 사랑한다
손가락으로 만든 에펠탑은 흴 뿐 작지는 않아서 낯선 기억마저 추억으로 탈바꿈되는 고작 10분 동안 마주 앉아 부풀어 오른 볼과 안간힘을 다해 막아도 또 꼬게 되는 다리처럼
삶과 사랑과 사람을 만드는 건 키보드 위에서 벌어진 유일한 실수
실족하지 않는 법을 몰라서 사람은 살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삶은 닮음
뜻밖이지 이만큼 불행한 일이 벌어진 건
그렇지 않니?
해야 할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 하고 싶지 않음
그리고 의자 다리 옆에 떨어진 무엇도 택하지 않음
신발로 가려두고 떠날 때까지 숨길 수 있으면 내 거
그러니까 그런 거란 말이지
물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연해지고
여러 번 꼬아 쓴 실 또 찾아 쓰게 되는데
결국 그 모든 건 손가락 하나 까딱 잘못한
아주 뜻밖의 불행함
그렇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