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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N Jun 06. 2022

좀 더 적극적인 책 읽기

과학 저널리즘의 이해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새빨간 거짓말 통계

최근 가벼운(?) 탈락의 경험을 했습니다. 간단한 에세이를 통과하고 면접에서는 미끄러졌는데요.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통과할 거라는 당연한 클리셰에 빠졌다가 괜히 머쓱해지고 말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괜한 민망함에 아예 고개를 돌렸겠지만 그런 경험이야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 나이가 되어서요, 대신 새롭게 알게 된 용어를 좀 더 파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도전한 분야가 '과학 저널리즘'이었거든요. 면접에 미끄러지고 나서야 책으로 파볼 생각을 하다니, 제가 떨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과학 저널리즘의 이해

진달용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015년 4월 (개정판 : 2022년 3월)


데이터와 시각화에 관심을 가진 이상 데이터 저널리즘 자료를 필연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저널리즘에도 분야가 나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요, 그중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었던 과학 저널리즘에 눈이 갔습니다.  

현재는 개정판이 나와있는 상태지만 제가 도서관에서 본 책은 2015년 4월에 나온 것이라 지금이랑은 차이가 있을 것 같네요. 몇 가지 집중할만한 문구를 소개합니다.


더욱 구체적으로 프레이밍은 현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가운데 특정한 관점을 선택하고 부각해 수용자의 생각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다.(94p)

반면 "과학 저널리즘은 일반인이 잘 모르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의 역할을 전문가로서 이해하고 과학의 사회적 책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과학 저널리스트는 과학 분야에서 어느 것이 뉴스이며, 어느 것이 유익하고 중요한 연구인지, 그래서 연구비가 필요한 분야가 어디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109p)

불확실성은 과학의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특성이며, 과학적 전문성은 축적된 지식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기술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 저널리스트가 과학의 불확실성을 확신하고 있어야 하며, 첨단 과학분야일수록 불확실성에 대한 확실성을 가지고 취재, 보도에 임해야 한다. (142p)

"데이터 저널리즘은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통적인 취재보도 기법에다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그리고 기사의 시각화를 혼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169p)


이 책은 과학 저널리즘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었으므로 실제로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쓰는 컨텐츠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중 서점에서 적절해 보이는 책을 찾았습니다. 시작은 '나도 이제 과학 저널리즘 맛 좀 볼까' 였으나,  책을 본 뒤로 한동한 후폭풍이 심했습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Apocalypse Never)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저는 이 책의 일부분에 공감하며 신나게 읽어 내려갔고, 어느 부분에는 고개를 갸웃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주석으로 달아놓은 웹주소들을 모두 옮겨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선 마침내 책을 덮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보았습니다. 제 책 읽기 과정 중 가장 인터랙티브 했다고 할까요.


책의 일부분을 별도의 덧붙임 없이 남겼으나 이 책에서는 위험한 과정일 것 같아 한 파트만 옮깁니다. 반대의견도 싣고 싶어 '유시민의 알릴레오'중 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실상은 다르다. 한 실험실에서 진행한 연구를 살펴보자. 과학자들은 5개의 폴리스티렌 샘플을 마련해 바닷물에 넣은 후 태양광과 유사한 인공조명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햇빛은 폴리스티렌을 유기탄소와 이산화탄소로 분해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기탄소는 해수에 용해되고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3장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 중 126p]
바다로 흘러가는 양을 너무나 적게 잡았다. 생성되는 플라스틱 양을 100으로 잡았을 때 88은 정상적(매립, 소각 등)으로 처리가 된다. 그중의 3은 바다로 흘러간다. 이 양도 매우 많다. 더불어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며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는 게 더 문제다. 플라스틱 상태로 대부분 남아있게 되는 것.
[알릴레오 북's 46회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조천호, 이정모 47:40]


제가 이 파트에서 동의한 부분은 '결국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기존에 희생됐던 거북이와 코끼리를 살릴 수 있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알릴레오 북's에서도 지적했듯이 그 논리가 시간이 지나서도 유지되지는 않더군요. 시간이 지나서 환경이 바뀌거나 대체할 수 있는 기술들이 발달하는 것처럼 변화되는 상황을 예민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2018년의 데이터가 4년이 지난 지금은 확연히 바뀌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특히 재생 에너지의 경우 성장 속도와 비용의 하락 폭이 커지므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시점에서는 맞는 이야기일 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더군요.


문제가 많은 책이라면 안 보면 그만 아닌가, 싶겠지만 문제는 이 책이 국내나 국외나 꽤 높은 순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내용이 완전한 정답이라고 보기에 어렵다면, 어떤 방식으로 답변을 해야 할까요? 어떤 기준으로 이 책의 데이터와 자료를 판단해볼 수 있을까요?



새빨간 거짓말, 통계

대럴 허프 지음 | 박영훈 옮김 | 2022년 1월(개정판)

통계로 '사기 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입문서라는 재미있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을 '지구를~'보다 먼저 읽었는데요. 이 책을 이렇게 빨리 써먹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전반적으로 통계와 그래프, 지도 등등을 이용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데이터를 왜곡해서 보여주는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또 관련 책들을 읽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는 책 후반에 소개한 통계의 속임수를 피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에 대해 공유합니다. 여기서 반 이상은 '지구를~'을 볼 때 적용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여러분들도 데이터나 통계를 기반으로 한 메시지를 볼 때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열쇠 - 누가 발표했는가? 출처를 캐 봐야 한다.
둘째 열쇠 -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되었는지 조사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열쇠 - 빠진 데이터는 없는지 숨겨진 자료를 찾아보아야 한다.
넷째 열쇠 - 내용이 뒤바뀐 것은 아닐지 쟁점 바꿔치기에 주의해야 한다.
다섯째 열쇠 -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살펴보고 조사해라.


한 달 동안 주제도, 표현방식도, 무게감도 다른 책들을 보면서 책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관심 분야에 있는 책들을 적극적으로 읽어볼 생각을 한 만큼 좀 더 참고 자료들이나 다른 의견들도 동시에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걸로 책 리뷰를 쓰는 시간과 노력은 좀 더 늘어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환경과 지구 종말에 멋모르고 공포감만 가지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을 이유 없이 기대게 만들어주고 반대편의 사람들을 미워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피만 한다고 해서 뭐가 또 바뀔까요. 이제 환경은 끝났으니 망했다는 자괴적인 메시지도, 환경은 충분히 괜찮으니 하던 대로 경제 발전부터 하자는 기술 중심적인 메시지도 의심스럽다면 답은 우리가 좀 더 자료들을 찾아보고 방향을 잡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움됐던 책의 리뷰와 관련 영상을 소개합니다.


[알릴레오 북's 46회]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조천호, 이정모

[알릴레오 북's 47회]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들.../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조천호, 이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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