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도형으로 복잡한 내용 설명하기
도식화는 기본적인 도형으로 복잡한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어 보이게 만드는', '한 장에 한 번에 이해하게 만드는'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수업 때 텍스트 만으로 나열된 자료에 도형 몇 개만 더하면 한 번에 이해를 쉽게 하는 도형의 모임이 된다는 건 꽤 유혹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 여기에서 잠깐, 어떤 도형까지가 간단한 도형일까? 파워포인트의 [삽입]-[도형]으로만 들어가도 수많은 도형들이 나온다. 거기에다 도형 병합 메뉴나 [삽입]의 스마트 아트로 들어가면 만들 수 있는 도형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럼 이런 도형들 중에서도 내가 특히 강조하는 '간단한'도형들은 뭘까? 물론 특정한 경우엔 수정하긴 하지만 대표적으로 자주 쓰는 도형들은 직사각형/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원, 화살표 정도다. 심지어 텍스트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엔 원도 잘 안 쓴다. 그럼 화살표와 사각형이 남는다. 어떻게 도식화할 수 있을까.
최근에 '팩트풀니스'라는 아주 좋은 책을 발견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통계에 대해 가장 열정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사람인 한스 로슬링의 마지막 책이다. 내가 이 분을 왜 이렇게 소개하는지는 아래의 영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선 조만간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이 중의 한 사례를 가지고 도식화를 시켜보려고 한다. 불가능할 것 같은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를 하는 한 업체의 운영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업 방식을 말씀드리죠. 몇 년 전 우리는 로봇 기술이 제약 산업을 바꿀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알약을 가장 빨리 만드는 기계를 발명해 이 작은 공장을 세웠어요. 다른 공정도 모두 자동화율이 높습니다. 대기업 공장은 우리에 비하면 수공업 작업장이나 다름없죠. 우리가 부다페스트에 주문을 하면, 월요일 오전 6시에 활성 성분인 클로로퀸이 기차로 이곳에 도착합니다. 그러면 수요일 오후까지 앙골라로 보낼 말라리아 알약 1년 치를 포장까지 마치고 선적 준비를 끝냅니다. 그리고 목요일 오전 제노바 항구에 도착하죠. 그리고 유니세프 바이어가 약을 점검하고 영수증에 사인하면, 그날 우리 취리히 은행계좌로 돈이 들어옵니다.(중간생략)헝가리는 우리한테 30일 외상을 주고, 유니세프는 그로부터 나흘 뒤 우리에게 대금을 지불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대금이 우리 계좌에 있는 26일 동안 이자 수익을 얻는 거죠."
팩트풀니스, 297~298p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이창신 옮김/김영사)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위의 내용을 보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펜과 종이의 힘을 빌렸다.
파워포인트로 자료 제작을 할 때 흔히 프로그램부터 열지 말고 이렇게 펜과 종이로 먼저 작업을 시작하라고 한다. 그러나 내 경우에 이렇게 작업하는 일이 많지는 않다. 스케치 작업도 파워포인트에서 하기 때문인데, 이건 내가 파워포인트를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이런 작업 방식은 아래에서 한번 더 확인하도록 하자.
어쨌든 굉장히 난감한 형태의 스케치가 완성되었다. 나는 이 장표로 내용을 이해하긴 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그럴까? 글씨가 악필인 건 그렇다 치고, 이 내용을 좀 더 대중적으로 보이기 위한 파워포인트 디자인을 해보자.
스케치가 완성이 되면 어떻게 만들지 크게 고민하지 말고 파워포인트로 옮기자. 이 텍스트는 장소/시간/개체/방향 등이 모두 섞여 있는 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우선 등장인물(?)부터 정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텍스트들이 도식화할 수 있는 키워드의 상태로 바뀐다. 텍스트 위주의 장표가 있으면 부사나 문장형을 다 걷어내는 방법이다.
이제 이 개체들을 내가 이해한 대로 옮겨보자.
굳이 말하자면 여기까지가 내가 이야기하는 스케치 과정이다. 가능한 단순한 도형으로, 편하게, 언제든 변경할 수 있게.
이제 이것들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과정을 거쳐보자. 양이 넘쳐서 다음 포스팅으로 봐주시길. 참고로 이 스케치는 초안에 초안이라 다음 포스팅에서 꽤 많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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