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

나만을 위한 휴식

by 유별희

오늘은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휴가를 보냈다. 특별한 목적도, 거창한 계획도 없이 그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집을 나섰다. 그렇다고 요즘 열정적으로 일한 것도 아니건만, 왠지 모를 공허함과 무기력이 나를 짓눌렀다. 이 꿉꿉한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집에서 3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산을 찾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숲길은 나를 반겼다.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흐렸다 맑았다 제멋대로였지만, 그마저도 자연의 묘미라 여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간편하게 집에서 챙겨온 삶은 계란과 김밥 몇 조각으로 산 아래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 후,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했다. 1년 여만에 높은 계단 오르막길을 마주하니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가파른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를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묘한 성취감이 뒤따랐다. 그동안 무기력하게 축 늘어져 있던 정신이 깨어나는 듯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시야가 탁 트이는 순간,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해방감을 느꼈다.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니, 흙냄새와 소나무 냄새가 뒤섞인 싱그러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청량함인가.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등산이 이제야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찼다. 그동안 게으른 몸뚱이는 늘 나를 집안에만 가두려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기필코 이끌고 나와 마침내 자연의 품에 안겼다.


배낭에서 미니 책 한 권을 꺼냈다. 집에서도 충분히 독서할 수 있지만, 푸른 숲과 새소리가 배경이 되어주는 이곳에서의 독서는 차원이 달랐다.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 글자 한 글자 정독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활자 속 이야기가 더욱 깊이 다가왔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원 아래에서 읽는 책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나에게 앞으로 나아갈 힘과 원동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이 다짐이 '작심삼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마음 한구석에 숨겨두기로 했다.


오후가 되자 구름은 걷히고 따스한 햇빛이 온몸을 감쌌다. 뺨에 스치는 바람, 나뭇잎 스치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눈부신 햇살이 주는 따뜻함은 단순히 피부를 데우는 것을 넘어, 내면의 차가운 감정들을 녹여주는 듯했다.


이번 휴가는 그저 쉬는 것의 의미를 넘어선 경험이었다. 침대 위에서 먹고 자는 휴가 대신, 직접 몸을 움직여 자연 속에서 에너지를 얻은 하루였다. 굳이 먼 곳으로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이토록 큰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번에는 좀 더 부지런히 자연을 찾아 떠나야겠다고 다짐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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