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동행
새벽의 정적을 깨고 알람이 울렸다. 7시. 곤한 잠을 이겨내고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강원도로 행사를 떠나는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기로 한 날이었다. 꼬박 밤을 새워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던 터라, 아침부터 뻐근한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비몽사몽, 정신을 가다듬고 피곤한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준비를 마쳤다. 서둘러 티맵을 켜니 도착 예정 시간이 처음엔 30분이었지만, 월요일 아침 출근길 정체로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고 초조함이 밀려왔다.
"엄마, 빨리 나가야 되!"
가는 사람이 나는 아닌데, 괜히 마음이 급해져 어머니를 재촉했다. 하지만 엄마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준비를 이어갔다. 그런 태연한 모습에 속이 타들어 갔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 답답함을 못 참고 쏘아붙였을 것이다. 불필요한 언쟁으로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회복한 관계가 다시금 틀어질까 두려웠다.
'어머니의 성향을 내가 그대로 받아들이고 문제 삼지 않으면, 다툼은 없을 거야.'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이해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머니의 말이 잔소리가 아닌, 나를 향한 걱정임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했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어머니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나섰다. 차가 조금 막혔지만, 굳이 언성을 높여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다. 엄마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묵묵히 핸들을 이끌었다. 그렇게 별다른 문제 없이 무사히 신도림역에 도착했고, 어머니는 유유히 지하철역으로 사라져 갔다.
어머니를 배웅하고 집에 돌아오니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잠시나마 깨달은 점이 있었다. 사소한 일을 크게 부풀리면 관계에 균열이 생기지만,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앞으로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동생,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이 깨달음을 잊지 않고, 시각을 바꾸려 노력해야겠다.
오후 3시, 눈을 떴다. 오전 10시 40분쯤, 남동생을 일하는 가게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피곤에 곯아떨어졌다. 동생의 매트리스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벌써 오후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두통의 전조였다. 혹시 동생이 4시에 퇴근하는지 확인하려고 카톡을 보냈다.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뻐근한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꼼짝도 하기 싫은 몸을 간신히 일으키려 애쓰며, 나는 다시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삶은 마치 퍼즐 조각과도 같다. 모든 조각이 제자리를 찾기 전까지는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없다. 오늘 아침 어머니와의 짧은 동행도, 지금의 이 무거운 몸도, 그 모든 것이 내 삶의 한 조각이었다. 과거의 나는 불만과 짜증으로 이 조각들을 삐뚤게 맞추려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비로소 온전한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그랬다. 사소한 조언을 잔소리로 치부하고, 그저 내 방식대로 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 조언을 걱정 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니, 관계는 다시금 단단해졌다. 오늘 아침, 길을 안내하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토를 달지 않고 조용히 따라가니,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왔다. 삐뚤어졌던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은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 무거운 몸도 마찬가지다. 피곤함을 탓하고, 게으름을 원망하기보다, 그저 내 몸의 신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외침을 듣고, 나를 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불평하고 투덜거릴 것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은 완전히 다른 길로 향한다. 나는 이제 후자의 길을 걷고 싶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타고난 성향을 바꾸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긍정적인 말을 하고, 감사 일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작은 습관들이 모여 나를 바꾸고, 나아가 내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다. 잠시 후면 동생을 데리러 가야 할 시간. 두통이 가실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만은 가벼워졌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 그 첫걸음을 뗀 오늘 하루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었다. 이제 몸을 일으켜 동생을 맞으러 갈 채비를 해야겠다. 비록 몸은 천근만근일지라도, 내 마음속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