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아가기
정오를 훌쩍 넘긴 12시 30분, 눈을 떴다. 새벽 5시를 넘겨 잠자리에 든 탓에 늦잠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최근 들어 부쩍 나태해진 나 자신이 느껴진다. 글쓰기라는 습관마저 멀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술 한 잔 기울이고 난 후부터 삶의 리듬이 깨지기 시작했다.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그동안 끊기로 다짐하며 마시지 않았던 술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들이켰고, 결국 그날의 기억은 사라졌다. 눈을 떠보니 낯선 모텔이었고, 친구는 내게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알려주었다. 엉망이 된 삶의 질서, 모든 것이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잠시 펜을 들었다가, 이내 블로그에 짧은 글 한 편을 올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려 팥빵 하나와 우동 한 그릇을 끓여 먹고 TV를 켰다. '미우새'를 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프로그램이 끝나자 다시 책상에 앉았다. 글쓰기 습관은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다. 꾸준한 자기 통제가 필요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런데 오늘, 엄마의 생일이었다. 축하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의 목소리는 유독 차갑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왜 나는 이런 사소한 말투 억양 하나에 이토록 신경 쓰는 걸까. 전화를 끊고 나서도 어머니의 냉담한 말투가 머릿속을 맴돌며 기분을 망쳤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괜히 생신 선물로 용돈을 드리지 않아서 그러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돈을 드렸을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인 것 같은데, 혹시 나만의 착각일까? 자꾸만 거슬리는 어머니의 말투가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괴롭혔다. 제발 나 혼자만의 오해이기를 바라며, 이제 그런 말투에 연연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설령 그렇다 해도, 어머니는 나의 가족이고 나를 낳아주신 분이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떨쳐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편안해지는 듯했다.
반복되는 일상, 변화의 시도
늦잠, 흐트러진 생활, 그리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뒤섞여 나를 짓누르는 듯한 요즘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삶의 고삐를 다시 잡아당겨야 할 때다.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생활 습관이다. 새벽 늦게까지 깨어 있는 습관을 버리고,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나는 알고 있다. 무너진 생활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 한때는 글을 통해 내면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위로받았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잠시 멀어졌지만, 다시 펜을 잡고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글은 나를 솔직하게 마주하게 하고, 복잡한 생각들을 정돈해 주는 힘이 있다.
마지막으로, 엄마와의 관계.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쌍방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태도로 다가간다면,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말투에 상처받기보다, 그 속에 담긴 깊은 사랑을 찾아내려 노력해야겠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지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 게으름에 잠식된 나를 일으켜 세우고, 무너진 삶의 질서를 재건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숙제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한, 그리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여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