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 너와 나는 너무 다른 걸까

명절이 다가오니, 시작되는 가슴앓이

by 유별희

가을바람에 설레야 할 추석이 다가오지만, 요즘 나는 이유 모를 심장 두근거림과 답답함에 숨쉬기조차 힘들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모든 감정의 근원은 다름 아닌 친오빠인 것 같다.


오빠와 나는 그리 사이좋은 남매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쌓인 오해의 벽을 허물고 다시 웃으며 마주하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관계 개선의 시작은 나였다. 올해 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화해의 손을 내밀었고, 우리 집에서 다 함께 명절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어색했던 관계를 회복하고 따뜻한 가족의 정을 나누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상처만 남았다

하지만 그 선의는 곧 고통의 씨앗이 되어버렸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상을 차리는 모든 과정은 오롯이 나 혼자의 몫이었다. 북적이는 집 안에서 나 홀로 동동거리며 명절을 치러내자,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었다. 물론 오빠가 고작 돼지갈비 선물 세트 하나를 들고 온 것이 전부였고, 음식을 만드는 데는 어떤 도움도 보태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웃으며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두 번 다시 우리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돌아온 명절, 돌아오지 않는 연락

시간은 흘러 다시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오빠에게서는 이번 명절에 보자는 연락 한 통이 없다.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아무런 말이 없는 오빠의 태도에 괘씸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설날의 고생이 보상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번에는 먼저 연락해서 어떻게 보낼지 의논이라도 할 줄 알았다.


필요할 때만 찾는 존재, 그게 가족일까?

오빠네 가족이 우리집에 왔을 때, 나는 새언니에게 금 세 돈, 40만 원짜리 브랜드 가방, 18k 목걸이까지 선물했다. 하지만 오빠는 내 결혼과 집들이, 생일을 통틀어 총 30만 원을 준 것이 전부였다. 물론 준만큼 돌려받으려고 생색내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그의 무심함과 이기적인 태도를 증명하는 것만 같아 씁쓸해진다.


문득 궁금해졌다. 오빠에게 가족은 뭘까?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존재인 걸까? 돌이켜보면 나는 오빠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구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나를 통해 필요한 것들을 꽤 많이 챙겨갔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와 그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는 애초에 달랐던 걸까.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는 오빠와 그의 가족을 보고 있으면 낯설고 무섭기까지 하다.


이 끈을 놓아야 할까, 내가 변해야 할까

오해를 풀고 나서는 다시는 오빠를 미워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명절이라는 시간은 자꾸만 잊고 싶었던 감정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 어버이날에도 엄마보다 친구와의 캠핑이 우선인 사람.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남아있던 정마저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가족의 끈을 다시 놓아버리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애써 외면하고 속으로만 삭히려 했지만, 며칠 동안 이어진 가슴의 답답함은 결국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다. 이렇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정말 숨이 막혀버릴 것 같았다.


결국 이 문제는 내가 변해야 끝나는 걸까? 내가 또 한발 물러나서 이해하고,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걸까? 답을 알 수 없어 마음만 더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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