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산방조제와 삽교호로 차를 몰았다. 글감이 막힐 때나 가삿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늘 그렇듯, 음악을 틀고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면 마음 어딘가가 느슨해진다. 오늘은 유난히 추웠지만, 그 차가움마저도 머리를 맑게 해 줄 것 같았다. 뭔가 하나쯤은 건져 올릴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도착한 삽교호는 썰렁했다. 영하의 날씨 때문인지 사람은 한두 명뿐, 바닷가의 바람은 날카롭게 불어왔다. 조용했고, 그래서 더 넓어 보였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잠시 앉아 있다가, 늘 가던 해물칼국수집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문이 닫혀 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휴무'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평일에 문이 닫힌 건 처음이었다. 주인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라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분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삽교호에 오면 늘 그 집만 찾았으니까.
갈 곳 없이 조금 더 걷다가 번데기 한 컵을 샀다. 플라스틱 컵 속에 종이컵, 그 속에 번데기가 가득.
김이 오르는 번데기 컵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손이 얼어 감각이 사라져 갔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열선 시트를 켰다. 엉뜨 좋다.
의자가 천천히 따뜻해지는 동안, 번데기 살 때 함께 준 꼬치로 하나씩 콕콕 찍어 먹었다. 맛은 여전히 고소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본 번데기가 문득 낯설었다. 다리를 모으고 죽어 있는 벌레의 형태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평생 잘 먹던 음식인데, 오늘은 몇 개를 먹다 말고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다. 이상했다. 입맛이 변한 게 아니라 마음이 변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의 드라이브는 아무 단어도, 어떤 문장도 떠오르지 않은 채 나를 집으로 이끌었다.
괜히 헛걸음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겨울바다를 봤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야 알았다.
나는 거창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대단한 사건이나 극적인 감정이 있어야만 글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오늘의 드라이브, 차가운 바람, 몰래 숨어서 나를 쳐다보던 고양이, 닫힌 칼국수집 문 앞에서의 걱정, 얼어붙은 손, 따뜻해지는 시트, 먹다 멈춘 번데기. 그 모든 것이 이미 나의 글감이었다. 내가 보고, 느끼고, 잠시 생각한 그 순간들이 그대로 노래의 가사가 되고, 에세이가 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던 하루가, 사실은 여러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나의 일상을 쓴다. 조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