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쓸 나이?

by 이작가야


손가락 통증 오래간다.

아플 때마다 진통제만 먹다가 병원을 가 보기로 했다. 병원을 다녔었지만 차도가 없어 치료를 중단하고 진통제로 살았는데 안 되겠어서

AI의 도움을 받았다.

'집 근처일 것, 그리고 차도가 없는 환자에게 적합한 숙련의 일 것.'


AI는 내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 성실하게 검색을 하더니, 신뢰할 만한 전문의 한 분을 추천해 주었다.
병원 벽면에 걸린 원장님의 이력은 화려했다.

유명 종합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베테랑 여성 의사였다. 이윽고 내 이름이 불렸고, 나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섰다.


대개의 진료실 풍경은 바삐 돌아간다.

환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효율을 위해

대화는 생략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선생님은 조금 달랐다.

내 서툰 설명을 중간에 끊는 법이 없었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평소 말을 아끼는 편인 나였지만,

그날은 마음이 놓여 이런저런 질문을 덧붙였다. 의사라기보다 다정한 상담가와 마주 앉은 기분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일어서려다,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어 한마디를 건넸다.
"선생님, 사실 이 병원 AI가 추천해 줘서 찾아왔어요."
선생님은 조금 놀란 듯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 그래요? AI를 활용하실 나이는 아니신 것 같은데, 대단하시네요."
그 순간, 포근했던 진료실 공기가 아주 조금 서늘해졌다. 아니, 내 마음이 살짝 멈칫하고 얼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 쌓아 올린 만족감 위로 가느다란 금이 갔다.

머릿속에서는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랫말이 스쳐 지나갔다. 선생님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속으로 조용히 물었다. 그런 선을 긋는 기준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일까.


기술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배우고, 선택하는 마음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늘 푸르른 법이다. 주변만 봐도 '시니어'라는 호칭이 무색할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며 변화를 즐기는 이들이 참 많다. 나 역시 취미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여전히 마음속에 가득하다.

하지만 어떤 이들의 시선 속에서 '나이'는 여전히 누군가의 가능성을 미리 짐작하고 분류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그날 병원을 나서며 나는 손가락 치료제와 함께, 앞서가는 기술의 속도를 미처 따라오지 못한 낡은 시선을 조용히 처방받았다.

작가의 이전글사라지는 것들의 품격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