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까지 6분??

영수증 한 장이 나를 흔들어 놓았다.

by 이작가야


지갑을 정리하다 발견한 낯선 영수증 한 장. 금액은 1,500원. 주차 시간은 6분. 그런데 장소가 분당이었다. 나는 충청도에 살고, 집에 있었는데.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6분이라는 시간이 더 나를 불안하게 했다. 사람이 어딘가에 머물렀다고 할 수 없는 짧은 시간. 나는 정말 분당에 간 걸까? 그것도 6분 동안만?
그런데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손끝이 차가워졌다.

그날 하루를 되짚기 시작했다.
휴대폰 캘린더를 열었다.
나는 캘린더에 일정과 약속을 적는다. 크고 작은 모든 약속들, 만남의 시간과 장소까지. 그런데 그날은 비어 있었다.
불안이 엄습해 왔다. 1,500원 때문이 아니었다. 나의 기억이 의심스러워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또 하나의 방법은 사진첩을 살펴보는 일. 핸드폰 갤러리를 열었다. 날짜별로 정리된 사진들을 넘기며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날의 사진이 있을까. 무엇이라도 단서가 될 만한 것이.




갤러리에는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던 사진들이 있었다. 그제야 그날의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샤부샤부를 먹었고, 이야기가 길어졌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날. 기억은 분명했다. 그런데 왜 영수증에는 분당이라고 찍혀 있는 걸까. 동기들과 만난 후의 기억이 사라진 걸까. 아니면 애초에 기억되지 않은 걸까. 나는 내 기억력이 쇠퇴한 건지, 혹시 기억상실증 같은 게 온 건 아닌지, 더 나아가 치매의 시작은 아닌지 온갖 불길한 생각들을 했다. 영수증을 손에 쥔 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다시 영수증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주차 요금 1,500원. 생각났다. 무료 주차시간은 2시간, 무료 시간을 넘긴 추가 요금을 내야 했고 추가요금이 1500원이었다. 우리는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 이 영수증은 그날 그 식당 주차장에서 나온 게 맞다.
그런데 왜 분당이지?
그제야 깨달았다. 아~~ 분당은 내가 간 곳이 아니라, 결제를 처리한 곳이었다. 영수증에 찍힌 '분당'은 내 발이 닿은 장소가 아니라, 기계가 기록한 시스템의 좌표였다. 나는 충청도에 있었고, 결제 승인은 분당 어딘가의 서버를 거쳐 간 것뿐이었다.
주차요금 결제처리가 이렇게도 될 수 있구나.
허탈한 웃음이 났다. 동시에 안도했다.
나는 잠시 내 하루 전체를, 내 기억 전체를 의심했었다.
그러나 기억은 틀리지 않았고, 하루도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내가 다녀온 곳을 안다. 충청도에서 슝 날아가 분당에 6분만 머무르다 1500원의 주차요금운 낸 영수증을 보며 잠시 혼란스러웠던 것뿐이었다. 이제 마음을 되찾았다.

갤러리에 사진은 남겼지만 캘린더에 메모를 잊은 나는 뒤늦게 메모를 한다.
2월 3일 동기들과 11시 샤부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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