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은
누군가의 불행 앞에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아니라,
끝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마음이다.
나는 종종
상처 입은 사람 곁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낸다.
섣부른 말 하나가
그 사람의 아픔을 정리해버릴까 봐.
위로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슬픔을 성급하게 덮어버리는 게
때로는 가장 잔인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 측은지심은
위로보다 먼저
침묵의 형태로 나타난다.
측은지심은
상대의 고통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 대신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함께 알아가는 것.
식어가는 차처럼
누군가의 슬픔도 제 속도로 식어가도록
그저 곁에 머무는 것.
보고도 모른 척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지나치지 못해서.
내 안에 그 사람의 아픔이 남는다.
측은지심은
따뜻한 감정보다는
오래 품고 가야 하는 무게에 가깝다.
그 무게가 뼛속까지 스며들어도
끝내 놓을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세상이 아직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건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해도
끝내 자리를 지키는 마음.
그렇게 함께 견디는 일.
그게 내가 생각하는
측은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