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

by 이작가야



몇 년 전, 왼쪽 어깨가 무너졌다.
회전근개 네 개 중 두 개가 부분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끊어진 힘줄과 염증은 서로를 끌어당기듯 엉겨 붙었고, 팔은 점점 굳어갔다. 뒷짐은 상상도 못 했고 밤은 늘 통증과 함께였다. 잠을 잔다기보다 눈을 감고 견디는 쪽에 가까웠다.
병원에서는 염증으로 관절이 유착돼 가동범위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운동치료실로 옮겨졌고, 치료사는 내 팔을 잡고 돌리고 꺾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비명이 튀어나왔고 눈물이 났고, 아픈 쪽을 향해 스스로를 원망하게 되는 순간들이 반복됐다.





의사는 말했다. 이 방법이 너무 아프면 다른 방법도 있다고. 전신마취를 한 뒤, 강제로 꺾는 방법.
그 말을 듣는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굳었다.
나를 마취시킨 후, 잠든 사이에 팔을 앞, 뒤로

위, 아래로 꺾는다고? 너무너무 무서웠다.
아픈 걸 참으면서까지 회복해야 하는 걸까. 팔 하나 못 써도 진통제 먹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병원을 나왔다.




그 이후로 몇 년, 왼팔은 없는 셈 치고 살았다.
아픈 방향은 피했고 가능한 쪽만 사용했다.

양손잡이이지만 왼손을 70% 이상 사용하는 나였기에 불편함도 많았지만 마취 없이 팔을 억지로 돌리는 스트레칭을 치료사를 통해 해 보았기에 꺾는다는 말의 공포를 버틸 자신이 없었다.

어떤 날은 소염진통제에 의지했고, 어떤 날은

그냥 생으로 참고 버텼다. 날마다 아파서 울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부턴가 뒷짐이 조금씩 지어졌다. 신기했다.
조금씩, 아주 조심스럽게 팔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억지로 꺾지 않아도 움직이기만 한다면 팔은 자기 속도로 회복할 수 있다는 걸.





지금, 이번엔 오른쪽 어깨다.
통증은 왼쪽때와 다르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다. 하지만 가동범위를 넘는 순간 번개처럼 통증이 온다. “칼로 찌르는 듯”, “전기가 오는 듯” 깜짝 놀랄 만큼 통증이 갑자기 와서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여운이 남는 방사통까지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머리를 빗는 일, 바지를 끌어올려 입는 일, 앞으로 만세를 하는 동작, 뒤로 손을 보내 뒷짐을 지는 일. 당연했던 움직임들이 하나씩 제한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 말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찰은 받기로 했다. 정확한 병명은 알아야 하니까.

그런데 이번에도 회전근개 부분파열이다

거기다 오십견까지 추가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했다.


내 몸에는 기억이 있다. 마취시키고 꺾겠다는 말, 그 말이 남긴 공포가 아직도 어깨 어딘가에 남아 있에 이번에도 나는 강제로 꺾지 않기로 했다.
통증이 허락하는 선까지만 움직인다.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만 스트레칭을 한다.

느리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가동범위를 넓혀

운동해 주면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건 치료가 아니라고. 미련한 선택이라고.




그러나 이번 어깨도 언젠가는 자기 자리로 돌아올 거라 믿으며, 오늘도 통증과 협상하듯 조심스럽게 팔을 든다. 조금씩이라도 움직이고 있으면 가동범위는 점차 넓어질 거라고 믿으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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