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의 배신

by 이작가야




유니클로에서 산 경량패딩을 입다가

안쪽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똑딱이 단추가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몇 년을 입어왔는데 왜 처음 본 거 같지.
앞 섶을 여미기엔 위치가 애매하고,
여미려고 하면 끝내 잠기지는 않는다.
나는 아주 당연하게도 내 몸을 의심했다.
아, 내가 살이 쪘나.
가슴둘레가 넓어진 건가.
그래서 이 옷이 안 맞는 건가.
설명 없는 단 과연 무엇에 쓰는 걸까.






그런데 가만히 보니 단추 위치가 이상했다.
앞섶도 아니고, 겨드랑이 근처.
여미라고 달았다기엔 너무 비협조적인 위치였다.
게다가 왼쪽엔 오목 똑딱이 하나

오른쪽엔 볼록 똑딱이 하나.
아~ 그거구나.
처음 샀을 때 함께 들어 있던

천 주머니 생각났다.
입으라고 있는 단추가 아니라
접으라고 있는 단추였다.






이 경량패딩은 사람을 단정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
다만 작게 접혀 조용히 가방 속으로 사라질

준비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순간 모든 오해가 풀렸다.
안 여며진 건 내 몸 때문이 아니었다.
내 몸이 커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옷이 아무 말도 안 해줬을 뿐이다.
단추 하나 앞에서
나는 너무 빨리 나를 평가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나를
습관처럼 먼저 탓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혼잣말을 했다.
"바~보."
그리고 바로 정정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유니클로가 나를 배신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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