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흐르는 삶 12개의 쉼표 8

여덟 번째-세대차이

by 이작가야

우리는 같은 말을 다르게 듣는다.




내가 속한 동아리 단톡방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60대 한 분, 50대인 나,
30대와 40대 네 명.
고작 여섯 명이지만
세대는 촘촘하게 섞여 있다.

60대분께서 가끔 단톡방에
좋은 글이나 영상을 올리신다.
그런데 40대 이하 회원들은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올리신 분이 민망하실 것 같아
나는 가끔 표정을 달거나
짧은 댓글을 단다.
그렇다고 서로 불편한 사이는 아니다.
만나면 반갑고 웃음이 넘친다.
단톡방에서의 침묵이
관계의 온도를 말해주는 건 아니었다.

내기 속한 모임의 젊은 사람들에게 단톡방은 감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주고받는 공간이다.
그래서 중요한 공지에만 반응하고
나머지는 조용히 읽고 지나간다.

어느 날 저녁,
60대분께서 갑자기 오늘 모임 후

저녁을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젊은 멤버 중 한 명이 말했다.
"갑작스러우면 시간 내기가 어려워요.
다음엔 미리 말해주시면 그때 비워놓을게요.
오늘은 되시는 분들끼리 즐겁게 다녀오세요."
거절이지만 상처를 주지 않았다.
사과도, 변명도 없었다.
그냥 솔직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나는 그 말이 참 좋았다.





또 다른 모임에서
나는 제일 젊은 세대다.
총무를 맡아 회비를 관리하는데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을 만들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몇 달 회비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며 지켜보았는데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는 어르신들께 낯선 세계였다.

현금을 제일 좋아하신다. 그렇다고 총무인 내가 회비를 현금으로 봉투에 모아둘 수도 없었기에
농협통장을 만들었다.
가능하신 분들은 입금,

현금으로 직접 주셔도 좋다고 했더니
똑 부러진다며 좋아하신다.
사실 더 편한 방법은 많은데
어르신들이 만족하시니 나도 만족스럽다.





교회 주방 봉사 날,
어깨가 아파서 남편이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가 끝나자 권사님 세 분이 내게 오셨다.
하늘 같은 남편을 설거지시켰다고,

그러면 못쓴다고, 다음엔 아파도 본인이 살살하라고 하셨다.
당황스러웠지만 웃음도 났다.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여성도들이 점심을 준비하고,

남성도들이 설거지를 했었는데
이곳 어르신들 눈엔 내 모습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행동으로 보였을까.


내가 아프면 남편이 밥을 한다.
주말엔 내가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동안

남편이 건조기 속 빨래도 꺼내 개키고,

설거지와 청소도 한다.
교회 어르신들이 보셨다면
기절하셨을지도 모를 일이겠지.





나는 50대 후반이지만
MZ세대라는 말을 듣는다.
젊게 산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어쩌면 세대를 잇는 건
나이가 아니라 태도인지도 모른다.
같은 말을 다르게 들어도
서로를 향해 조금씩 열려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어우러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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