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수제 맥주 세트를 선물 받았다.
한 모금 마셔보니 과일 향이 좋았다.
술을 안 마신 지 오래됐지만,
애주가 지인들이 꽤 있기에
선물용으로 괜찮겠다 싶어
포장지를 살펴봤다.
충청북도에 제조공장이 있었고 체험장을 운영하며 판매까지 하는 곳이었다.
주말에 맥주 공장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주말은 운영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가까운 곳에 수제 맥주 공장이 있다는 생각에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은 게 문제였지만 난 드라이브도 좋아하고 모처럼 경치도 구경하며 왔으니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허기가 졌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터라 근처 맛집을 검색했다.
쌀국숫집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가게였는데 늦은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많았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며 좋아하는 고수 추가 버튼을 눌렀다.
고수를 듬뿍 얹은 쌀국수는 예상대로 맛있었다.
오래전 고수를 처음 먹었을 때가 생각난다.
분명히 어디서 먹어본 맛이었는데.
화장품 냄새 같기도 하고,
언제 이 맛을 먹어봤더라.
기억을 더듬다 떠오른 것.
배추벌레다.
유년 시절의 어느 날
시멘트 마루에서 엄마는 라디오를 들으며 배추를 다듬고 계셨다.
나는 숙제를 한답시고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꿈속에서 나는 뭔가를 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내 등짝을 때리며 입속에 손가락을 넣어 뭔가를 빼내려 했다.
"안 돼, 내 꺼라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꿈이었다.
엄마는 당장 입을 헹구라며 물을 가져오셨고,
공책은 군데군데 젖어 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는 꿈을 꾸었을 뿐인데
공책 위로 기어 오던 배추벌레가
입 벌리고 엎드려 있던 내 입으로
직행했던 것이다.
나는 몸서리를 치며 울었고,
엄마는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이런 일이 있나 싶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때 그 배추벌레 맛이
고수 맛과 비슷하다면 사람들이
믿을 수 있을까.
그 기억은 지금도 악몽 같지만,
나는 고수를 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