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하나 사이, 삶과 죽음의 거리

삶과 죽음은 서로 가까이 있다.

by 이작가야


삶과 죽음은 서로 가까이 있다.

우리는 늘 어딘가로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지만, 사실은 늘 어떤 '끝'과

나란히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은 마치 아득히 멀리 떨어진 두 별처럼 보이지만, 실은 옷깃만 스쳐도 닿을 듯

아주 가까운 곳에 머물러 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찰나에 삶이 차오르고, 다시 내뱉는 그 짧은 허공에 죽음의 기척이 스며든다. 우리는 그 한 박자의 호흡,

그 미세한 틈새에서 두 세계를 동시에 껴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가끔은 그 사실이 사무치게 두려워, 괜스레 더 분주해지곤 한다. 마치 '지금, 여기'라는 희미한 불빛이 꺼질까 봐 더 크게 웃고,

내일은 무얼 해야겠다 계획하고, 약속을 잡고,

더 많은 일을 벌이며 삶을 덧칠하려 애쓰는 것이겠지.



하지만 어떤 날 문득 깨닫게 된다.

죽음이 곁에 있다는 건, 삶이 허무하게 사라지기 쉽다는 경고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눈부시게 소중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배경이라는 것을.



겨우내 마른 가지 끝에서 기어이 새잎을 밀어 올리는 고목처럼, 죽음은 삶을 일으켜 세우고

삶은 다시 죽음을 부드럽게 밀어낸다.

둘은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서로를 향해 조용히 목례를 건네며 지나간다.



우리는 그 찰나의 교차점 위에서,

잠시 머무는 생을 여행하고 있다.

유한함을 알기에 우리는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망설이며 삼켰던 말들을 기어이 꺼내어 전하게 된다.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기에, 지금 남길 수 있는 온기만큼은 아낌없이 남겨두고 싶어지는 마음.

그것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그러니 삶과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건,

우리를 조급하게 만드는 저주가 아니다.

우리가 끝까지 따뜻한 쪽을 바라보게 하려고 누군가 마련해 둔 작은 비밀이라 생각한다. 그림자와 햇살이 공존해야 숲이 깊어지듯, 우리 또한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채를 빚어내는 것이니까.


언젠가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이 오더라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전의 모든 들숨과 날숨이 모여

우리의 시간을 별처럼 빛나게 했다는 사실을.

그러니 오늘은 너무 겁내지 말기를.

죽음이 곁에 머물기에 삶은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삶이 선명하기에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는 거니까.

이전 09화치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