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에서 어떤 작가님의 '태몽'이야기를 읽었다.
이상하게 그 글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어떤 꿈에서 시작된 사람일까?"
그 궁금함 하나가 이 글의 시작이 되었다.
엄마가 들려준 나의 태몽은 이랬다,
엄마는 꿈에서 넓은 논을 지나고 있었는데,
그곳에 자두만 한 우렁이가 정말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논으로 뛰어들어 치마폭을 크게 벌린 채,
그 우렁이들을 한가득 담아왔다고 했다.
그게 바로 나를 가진 꿈이었다.
타로를 봐도, 사주를 봐도,
이름풀이를 해도
늘 비슷한 말이 따라붙는다,
"글 쓰는 재주가 있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막상 노래 가사를 쓰기 시작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정말로 문장을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좋았다.
재주가 있는 건 아닌 거 같고,
단어 하나를 쓰고, 문장으로 연결하고,
고치고, 바꾸고, 리듬을 맞추는 그 작은 순간들이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쌓아가는 방식이 참 즐겁다.
우렁이가 상징하는 건 부나 재산 같은
물질적인 의미도 있지만,
예부터 '재능, '성실함, '일을 꾸준히 해내는 힘' 같은 의미로도 풀이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무언가를 오래 붙잡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을 잘하는 편이다.
노래든 글이든 새로운 배움이든, 늘 아주 작게 시작하지만 꾸준히 해내왔다.
가수로서의 활동도, 캘리그라퍼로서
붓을 드는 일도,
작사가로서 펜을 잡는 일도,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는 일도
빠르지는 않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방식.
자유로운 기질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젊게 산다'라고 말한다.
특별히 노력해서 만든 건 아닌데,
그냥 원래부터 그랬다.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새로운 걸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내 리듬대로 천천히 즐기며 사는 방식.
이것도 어쩐지 "치마폭에 우렁이를 가득 담아 오는 꿈"과 비숫한 느낌이다.
욕심내지 않고, 그러나 확실하게 담아 오는 모습이랄까.
엄마가 그날 꿈에서 치마폭을 조금 더 크게 펼쳤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활발했을까?
아니면 더 복잡한 길을 걸었을까?
하지만 뭐든 상관없다.
이미 그 꿈에 담긴 만큼의 기질과 재능으로
나는 지금의 자리까지 차근차근 와 있으니까.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엄마가 꿈에서 담아 온 우렁이들처럼
내 안에도 나만의 속도와 감각이
알뜰하게 들어 있다고 해몽한다.
그리고 나는 그걸 하나씩 꺼내 쓰며,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