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품격 3

마음이 먼저 조용해지는 순간

by 이작가야


3.​잎이 지는 방식


​관계가 멀어질 때는 꽃잎이 지는 것처럼

천천히, 아주 자연스럽게 변해간다.

처음엔 말수가 줄어들고, 그다음엔 서로의 리듬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시선이 닿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마침내 어느 순간 마음이 먼저 조용해진다.

​이 모든 과정에는 조급함도,

큰 소리도 없다.

파국 대신 마치 세상이

“이 정도 거리라면 이제 괜찮아”라고

속삭여주는 듯한 부드러운 경계가 생겨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단지 겹쳐져 있던 시간들이, 온기가 조금씩 흩어지며 저마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 억지로 붙잡고 싶던 안타까움보다

덤덤한 이해가 먼저 찾아올 때가 있다.



​꽃잎이 지는 방식엔 누구의 잘못도 없다.

그것은 그저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마음의 결이 있을 뿐이다.

가장 우아하고 품격 있는 사라짐이다.



#꽃잎이지는 방식 #마음의 거리 #조용한 변화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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