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기억의 방법

by 이작가야


(네이버 검색 후 AI로 재 생성)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국민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아무 장면도 선명하지 않을까.
친구들은 그 시절 사소한 장난까지 다 기억한다는데, 그래서 모이면 마대걸레에 물을 적셔 빙빙 돌며 친구들에게 뿌려서 교무실로 끌려갔었다느니, 누구 운동화를 감춰서 그 엄마가 학교에 쫓아왔었다느니 하는 추억담을 쏟아놓는데, 내게는 공기만 남아 있는 듯 텅 빈 공간뿐이다.

학교로 걸어가던 좁은 길, 운동장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오징어가생'이라는 놀이를 하는 친구들을 구경하며 화단에 앉아 있던 일,

친구 한 명과 그네를 타던 일 정도만 희미한 잔상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나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기억력이 나쁜 사람'으로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그건 내가 특별히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저 기억할 만한 무언가가 없는 건조한 나날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화되지 않은 6년의 시간

아무래도 그 시절 나에겐 기억할 만큼 반짝이는 사건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친구들도 나를 조용한 아이로 기억한다고 했으니까. 늘 뒤쪽에서, 소란과는 살짝 거리를 둔 채 조용히 컷을 맞추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냥 조용히, 어떤 놀이도,

친구들과의 진한 어울림도,
선생님께 혼난 적도, 우등생이 된 적도 없이, 건조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6년을 살았던 거다.

빛이 약하면 사진이 흐릿하게 찍히듯이, 국민학교 시절은 내 마음속에 강하게 인화되지 않았다. 희미한 공기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필름 속에 저장된 순간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활동도 하고 조금씩 나의 행동반경이 넓어졌다. 성격이 활발해지고 소중한 추억들이 쌓여가면서, 나는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습관이 생겼다.
바로 그때부터 나의 기억은

사진 속으로 저장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 필름통을 사진관에 맡기던 그 며칠. 학교 앞 사진관 아저씨가 "금요일쯤 오렴"하고 말씀하시면, 나는 그날부터 손꼽아 기다렸다. 목요일 밤이면 잠이 안 올 정도로.

금요일 오후, 학교가 끝나자마자

사진관으로 달려갔다. 작은 봉투 안에 든 반짝이는 사진들을 받아 들 때의 그 두근거림.
그렇게 인화되어 나온 한 장의 종이 사진이 나의 가장 정확한 기록이 되었다.

정작 내 머릿속 국민학교 시절의 칸들은

비어 있지만, 중학교 이후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은 필름 속에, 그때의 빛과 내가 숨 쉬던 온도로 저장돼 있다.
그 시절 사진을 보면 모든 게
새록새록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난다.

사진 한 장만 보면 상대방의 표정,

내가 웃던 이유, 그날의 공기 냄새까지

한꺼번에 되살아난다.

나는 지금 현재의 감정, 현재의 사람, 현재의 장면에 온 마음을 쓰는 사람이다. 그 덕분인지 살아오면서 찍어 둔 사진들은 다 하나의 작은 우주처럼 살아 있다. 사진을 보면 떠오른다. 그날의 바람이 어디서 불어왔는지, 내가 어떤 숨을 쉬고 있었는지까지.

나는 절대 기억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이 남들과 다를 뿐이다.
어떤 사람은 머릿속에 보관하고,
나는 사진 속에 보관한다.
지금, 이 순간도 찰칵, 내 사진첩에 조용히 저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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