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속마음
"한국 어디 계세요?"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나
여러 SNS 댓글창을 보면,
왠지 모르게 낯익은 문장들이 꼭 하나씩 보인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00에서 온 한국계 미국인 000입니다.
아름다운 당신 한국 어디에 계신가요?", "여기서 만나 반가워요"
등등 이런 상황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어떤 게시물을 봐도 꼭 비슷한 패턴이 따라다닌다.
게다가 프로필 사진은 왠지 모르게 낯익은 외국 배우인 경우도 많다. '군인'이라고 위장하거나, 근육질의 남자가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노는 일상, 혹은 아이와 즐겁게 요리하는 사진을 걸고 접근하기도 한다.
'설마 요즘 누가 이런 거에 속을까?'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진짜 놀랐던 것은
이런 낯선 사람들이 브런치에까지 나타났다는 거였다.
브런치가 어떤 곳인가.
심사를 거쳐서 작가가 되었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글을 쓰고, 진지하게 소통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거기서도 버젓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본인 글은 하나도 없고, 다른 작가들만 구독해 놓고는 자기 카톡 아이디를 슬쩍 알려주는 식이다.
'작가'가 되는 게 쉬운 일도 아닐 텐데,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공간까지 들어와서
이런 댓글을 달고 있는 걸까?
나는 그게 참 의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아마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브런치 작가 타이틀이 '신뢰도 높은 위장복'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인스타그램보다 훨씬 '진짜'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런치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지적인 대화나 진솔한 만남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 있다. 바로 그 '신뢰와 기대'의 틈을 이들이 파고드는 것이 아닐까.
"만나서 반갑습니다"의 진짜 의미와 불편한 감정
"한국 어디에 계신가요?", "그곳 날씨는 어떤가요?" 같은 질문이나, 대뜸 "제 카톡 아이디는 00입니다. 카톡으로 소통하는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같은 댓글을 볼 때마다 솔직히 마음이 참 불편해진다.
이런 댓글이나 메신저를 처음 받았을 때는
너무 황당해서 한 방 먹여주겠다는 마음에,
'날씨는 기상청에 물어보세요' 같은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의 반응이다. 상대는 내 냉정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다음번엔 예쁜 꽃 사진을 보내오거나 따뜻한 커피 사진을 보내오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인다. 그 끈질김과 친절함 뒤에 숨은 의도가 뻔히 보이니 정말 불쾌하고 싫다.
내가 소통하고 싶은 방식이 아닌, 일방적인 관계 맺음을 시도당하는 느낌이다.
결국 이 모든 행동은 우리를
'로맨스 스캠'이라는 미끼로 낚으려는
아주 흔한 수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우리가 편안하게 글을 나누고 공감하던 소중한 공간마저 저런 낯선 그림자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속상하다.
실제로 내 브런치 글에 달린 댓글 중 하나를 캡처해 두었다.
누군가는 이런 접근에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다, 응원의 댓글이라는 선한 마음에 친절히 댓글에 답을 해주는 분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캡처 내용은 일부 수정하여 글에 삽입하였다.
질문 뒤에 숨겨진 그들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
우리가 사는 디지털 세상은 왜 이렇게 늘 조심해야 하는지, 오늘은 이 낯선 댓글 하나를 가지고 잠시 깊은 생각을 해본다.
이런 사람들을 걸러낼 뚜렷한 방법도 없는 것 같다.
결국 작가님들과 구독자님들 스스로 무시하거나 차단하는 수밖에 없는듯하다.
콘텐츠의 진정성을 나누던 브런치까지 이들이 파고든 상황이 참 안타깝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공간이
조금 더 안전하고 따뜻한 곳으로 남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