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치료

by 이작가야



요즘 사람들은 마음이 부서질 때 쇼핑카트에 위로를 담는다.
카드 긁는 그 순간,

상처가 조금은 둥글어지는 것 같아서.
이름도 웃기다. 금융치료.
돈으로 숨을 고르는 행위. 잠깐, 아주 잠깐의 평온.


나도 예전에는 금융치료라는 명분으로 고생한 나에게 작지만 선물을 한 적이 가끔 있다.
나도 안다. 돈으로 해결되는 위로가

얼마나 허무한지.
소확행이라 불리며

우리에게 작은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나를 정말로 붙잡아주는 건
결국 사람이고, 음악이고, 밤공기 한 줌 같은 것들이라는 걸.




그래도 요즘 들어 자꾸 느낀다.
돈이 있어야 마음도 너그러워진다는,

이 씁쓸한 진실을.


직장을 떠난 지 거의 3년.
시간은 내게 여유를 주었지만,
돈은 그렇지 않았다.
신기한 건,
평소엔 별생각 없던 마음도
지갑이 얇아지면 같이 예민해진다는 거다.
세상에게 더 쉽게 상처받고,
별것 아닌 일에도 가시가 돋는다.
반대로 통장이 조금만 넉넉해져도
사람은 놀라울 만큼 착해진다.
기부 버튼을 누르는 손길도 가벼워지고,
가족에게 뭐 하나 사주는 게 덜 고민스럽고,
친구에게 커피 한 잔 건네는 일조차

여유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도 모르게 이력서를 쓰곤 한다.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싶어서.
돈이 아니라, 마음이.
그게 참 아이러니하다.




진짜 치료는 금융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데,
현실은 언제나 돈을 한편에 끼워 넣어야 한다.
상처를 치유하는 건 결국 무언가에 기대어

숨 고르는 힘인데,
그게 때론 사람이고, 음악이고, 취미인데…
그 모든 평온조차,
돈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지켜낼 수 있다는 거.
이 사실이 씁쓸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금융치료를 받는다.
돈으로 마음을 사고, 마음으로 돈을 번다.
분명한 건,
그 순환 속에서도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결국 똑같다는 거다.
조금 더 나누고 싶고, 조금 더 베풀고 싶고,
조금만 더 여유롭고 싶고,

조금 덜 아프고 싶은 것.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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