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빠가 유난히 그리운 밤이다.
어릴 적 아빠는 산에 가서 꿩을 잡아오시곤 하셨다.
눈 내리는 겨울밤, 안방 한구석에 신문지를 깔고 콩을 한 줌 올려놓은 뒤, 콩에 구멍을 뚫어 그 안에 '싸이나'라는 독약을 넣으셨다.
다음 날이면 아빠는 꿩을 들고 산에서 내려오셨고, 어린 삼 남매는 꿩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꿩고기를 먹으며 우리 삼 남매는
외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를 부르며 웃곤 했다.
"꿩 꿩 꿩서방 무얼 먹고 사니
꿩 꿩 꿩서방 콩 먹고 산다"
가사의 뜻도 모르고,
그저 입에 고기 한 점 넣고 깔깔거리며 불렀던
그 노래가 지금도 귀에 맴돈다.
어떤 날은 아빠가 토끼를 잡아오셔서
토끼탕이 밥상에 올랐고,
또 어떤 날은 두더지를 구워주시거나
어떤 날은 참새구이도 먹을 수 있었고
개구리 다리를 손에 쥐여주시기도 했다.
그때는 어려서 아빠가 주는 것이라면 무섭지도, 징그럽지도 않았다.
그저 모두 맛있는 반찬이었고, 주전부리였다.
지금도 씹히던 느낌, 육질, 맛까지 또렷하다.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이던 그 시절의 내 기억에는 토끼고기는 조금 질기다고 느꼈고, 성글게 난 이에 고기가 낄 때면 거친 손으로 빼 주며 웃으시던 엄마의 얼굴도 떠오른다.
두더지는 요즘의 돼지껍데기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쫄깃하고 고소했던 기억이 난다.
개구리와 메뚜기는 국민학교 저학년 때까지도 자주 먹었다.
아빠가 마련해 주신 그 모든 것들은 단순히 특이하거나 혐오식품이 아니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아빠의 헌신과 사랑의 맛이었고, 그것이 어쩌면 세상 어떤 진미보다 맛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설날 아빠를 따라 옆 동네 큰집에 갈 때,
커다란 짐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달리던 아빠의 등은
세상의 모든 무섭고 험한 것들에게서
나를 지켜줄 방패 같았다.
겨울날, 딸내미 춥지 말라고
술빵처럼, 혹은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 나오는 구멍이 여기저기 뚫린 치즈처럼 두꺼운 스펀지를 짐자전거 뒤에 깔고, 납작 당면처럼 넓은 고무줄로 칭칭 묶어 단단히 고정한 뒤,
나를 번쩍 안아 앉혀주시던 아빠.
어린 딸에게 특별한 의자를 만들어주셨던
아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무, 너무 많이 그리운 우리 아빠.
주무시다 심정지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아빠.
아빠는 당신이 왜 이렇게 갑자기 세상과 작별했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그곳에서 당황해하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꿈에서 두 번 뵈었다.
두 번 다 아무 말 없이, '이게 무슨 상황이냐'라고
묻는 듯한 간절한 눈빛만 남긴 채
아빠는 사라지셨다.
아마 아빠는 돌아오는 길을 찾고 계실지도 모른다.
짐자전거를 끌고 삼 남매의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리던 집으로.
"꿩 꿩 꿩서방 무얼 먹고 사니
꿩 꿩 꿩서방 콩 먹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