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기타 한 대

by 이작가야




퇴근하는 남편의 손에
작은 일렉 기타가 들려 있었다.
남편 말에 따르면, 출근길 사무실 근처 분리수거장에 기타가 세워져 있길래

누가 집어갈까 봐 얼른 사무실에 들여놓았다가 퇴근길에 가져왔다고 한다.

​반색하며 "어머, 웬 기타예요?

일렉기타네요~" 하자,
칭찬을 기다리는 소년처럼 상기된 얼굴로

나의 표정을 살핀다.
남편이 ​기타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아니면 버린 사람이 기타만 버린 건지 알 수 없지만,

정작 케이블은 안 챙겨 왔다.

내 생각엔 버린 사람이 한 번에 내놨을 거 같은데...

​"케이블은요?" 하니, 남편은 "케이블? 잭 말하는 거지? 그런 건 못 본 거 같은데. 아니, 없던데." 한다. 칭찬을 기대했던 모양인데,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아 어색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남편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영락없이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문제는, 정작 나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거의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기타 줄을 누른다는 건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결국 손 때문에 기타를 잠시 내려놓게 되었고,

쉬는 동안에 브런치를 알게 되었지만,

기타를 더 이상 못 친다는 건 상상도 안 해봤다.

그저 잠시 쉬는 것일 뿐이다.

나는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지라 가지고 있는 케이블은 일렉 기타에 맞지 않았고, 케이블을 구매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연주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한 번쯤 가만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용히 올라왔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순간에 마음이 '톡' 하고 건드려지는 날이 있다. 버려진 기타 하나가 내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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