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밤에도 삶은 흘러간다

by 이작가야

나에게 불면증은 병인 줄 알았다.

10년이 넘도록 잠과 싸워왔으니까.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두세 시간 남짓 자고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 낮잠을 재우고 나면, 작은 숨소리를 내며 새근새근 잠든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오후의 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아이들의 볼을 비추던 그 시간, 나는 조용히 교실 한편에 앉아 있곤 했다. 아이들의 잠든 얼굴 앞에서만큼은 불면증이 있는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 3개월, 대학교 단기과정으로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떡실신하듯 잠을 잘 잤다. 하루가 끝나면 어떤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침대로 스며들었다.


아침 여덟 시에 집을 나서 오후 여섯 시에 돌아오던 날들. 매일 책상 앞에 앉아 다리도 붓고 쉬는 시간도 여유롭지 않았지만,

그 규칙적인 리듬 속에서

나는 비로소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요즘 다시 규칙적인 생활에서 자유로운 일과로 돌아오니 또 잠이 오지 않는다. 지인이 말했다. '몸뚱이를 굴려야 잠이 잘 오지.'

그 표현부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몸뚱이라니.'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피곤하지 않아서 잠이

안 오는 걸 수도 있다.


어쩌면 잠은 잘 못 자지만 그 시간에 글을 쓰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글쓰기가 참 재미있다. 정식으로 책을 낸 작가는 아니지만 플랫폼에서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다.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글감이 되는 것도 신기하다. 길을 걷다 만난 길고양이의 눈빛, 동네 빵집에서 맡은 갓 구운 빵 냄새,

학교를 마치고 교문 밖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던 교복 입은 아이들의 환한 미소들.

내 머릿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일이다.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일도 여전히 좋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나를 도와주지 않을 뿐이다. 노랫말도 많이 만들어 놓았고, 마음은 늘 그쪽을 향해 있다. 나의 기타는 방 한편에 조용히 서 있고, 나는 가끔 그 옆을 지나며 손으로 쓸어주곤 한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2026년에는 다시 기타를 들고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가수로, 그리고 브런치 작가 서율로 바쁘고 알차게 살아갈 나를 상상해 보며 스스로 응원한다.


밤은 깊어가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등 불빛이 고요하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삶은 이렇게 조금씩 앞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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