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길

by 이작가야



내가 브런치에 첫 발자국을 뗀 날은

2025년 10월 16일이다.
그날 나는 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사람의 온기와 그리움, 평범한 순간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기록하고자 합니다."라고.

거창한 선언이라기보다, 앞으로의 나를 다그치지 않겠다는 다짐에 가까웠다. 그 후로 나는 일상의 자잘한 경험과 생각들을 적어 내려갔다.
글은 대체로 길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글이 어느새 60편을 넘었고, 예약해 둔 문장들까지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그리고 조금 망설여졌다.
이 글들은 과연 에세이일까, 시일까, 아니면 아주 짧은 소설일까.
일상에서 출발했지만 문장은 종종 리듬을 탔고, 뚜렷한 서사보다는 어떤 '기척'에 가까운 것들이 남아 있었다. 무엇이라 부르기엔 어딘가 모자라고, 그렇다고 비어 있지는 않은 글들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처음부터 경계를 의식하며 쓴 적은 없었다. 다만 사람의 온기와 그리움, 평범한 하루 안에 숨어 있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을 뿐이다. 그 마음이 문장 속 어딘가에 온전히 남아 있다면,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장르의 이름은 천천히 와도 괜찮다.
나는 당분간, 이름 없는 이 길을 계속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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