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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의 잔고가 늘텅장인이유

1년 동안 중소기업 사회초년생의 잔고 기록을 추적하다.

by 베아테투도

우리는 늘 작은 난관을 헤쳐나가며 살아간다. 고등학생일 때는 대학생만 되면 모든 고민이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생 때는 취업만 하면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취업하고, 사회초년생으로서 살아가 보니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내가 모아둔 돈이 생각보다 작아,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모을 수 있을까?' 이 고민이 너무 컸다. 사회초년생은 사실 취준생이랑 능력적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전문성도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취업하고 나면 여기저기 돈 나갈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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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의 지출. 신용카드 할부



첫 번째로 신용카드 할부 비용이 있다. 직장인이 되면 가장 먼저 해보는 일이 신용카드 만들기다. 대학생 때는 체크카드만 사용했기에, 할부라는 개념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다. 직장인이 되어 처음 신용카드를 써보니, 너무나도 달콤함 유혹이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나온 M1 맥북프로 시리즈가 160만 원에 팔리는데, 이를 체크카드로 구매하면 한 번에 160만 원이라는 거금이 빠져나간다. 이 금액만 보면 손 발이 후들거린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통해 6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매한다면 매달 27만 원씩 정도를 납부하면 된다. 매달 받는 월급에서 일부만 차감된다고 생각하면, 심리적 부담감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할부를 한다고 해서, 지불해야 될 돈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심리적 저항선이 쉽게 무너져 지출을 과감해질 수 있다.



오랜 취준생 기간을 보내면 소비욕구를 마음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을 수밖에 없다. 버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은 많으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약속도 잡기가 부담스럽다. 나 역시 취준생 때는 1순위로 가성비 제품을 따졌고, 식품이든 인강/글쓰기용 노트북이든 간에 너무 저렴하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성능을 내는 제품을 찾는데 몇 시간을 투자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억눌렀던 소비 욕구가 할부라는 꼬드김에 넘어가 폭발해버리니... 지출은 급격히 커져버리고 말았다. 마치 코로나로 억눌린 욕구를 한 번에 내보내는 보복 소비처럼.



매달 30만 원의 할부금이 익숙해지자, 할부 기간에 또 다른 할부를 겹쳤고 매달 내는 돈은 60만 원으로 커졌다. 이에 익숙해지니 할부가 사라질 때쯤 새롭게 구매할 제품이 없을까 눈여겨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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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예로 나는 28년간을 윈도/안드로이드 제품만 쓴 사람이었다. 그러던 내가 우연찮은 기회로 M1맥북프로를 사게 되었다. 한 번의 소비에 눈이 뒤집혀 에어 팟 프로/애플 워치 6/아이폰 12 pro max 등을 모두 다 질러버렸다(미친넘아... 정신 차려). 물론 이 제품을 살 수 있었던 건 신용카드 할부라는 무서운 놈 덕분이었고, 후회는 하지 않지만, 할부에 한 번도 안 빠진 적은 있어도, 한 번만 빠진 사람은 없듯이 소비자본주의의 큰 축을 차지하는 게 바로 신용카드라고 할 수 있다.






2. 직장인의 지출. 경조사



나는 사회초년생이 되자마자, 지출내역을 모두 가계부에 적어놓고 생활비와 적금, 교통비, 기타 비용 등을 각각 다른 통장에 나눠 관리했다. 나는 지금 쓰고 있는 통장이 모두 5개인데, 각각의 통장은 생활비/적금/법인카드/비상금/주식 등으로 나뉘어있다. 이렇게 정해놓으면, 과지출없이 돈을 관리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큰 변수가 바로 경조사이다.



나이가 20대 후반이 되면 생각보다 경조사에 참여할 일이 많다. 친구 중에 갑자기 결혼한 사람도 있고, 주변에서 누가 돌아가실 일도 생기는데, 이들 중 가장 애매한 상황이 직장 동료의 결혼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직장동료는 친구와 생판 남의 중간 관계 정도이다. 아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고 쌩까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디 정도의 관계... 즉,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를 구축해둬야만 하는 것이 직장동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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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을 뒤로 미루는 일도 많아졌고, 경조사 비용이 나갈 일도 줄었다. 그래도 직장 동료가 결혼한다고 갑작스럽게 나한테 알리는 일은 종종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참여해야 할지, 돈만 줘야 할지, 아니면 그냥 무시할지 고민이다.



부모님 세대는 경조사비는 나중에 받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이루고 싶은 일도 많고, 다양한 공동체 관계가 생겨날 수도 있는데,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십상이다. 또한,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가난해지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인지라...(결혼식에 사용되는 비용도 절대 적지는 않고) 나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선택의 선택 정도인 셈이다.



그렇기에 경조사 비용은 예측하지 못한 변수중 하나이며, 너무나도 아까운 지출 중 하나라고 밖에 볼 수 없다(사회초년생이라서 이런 생각이 더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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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직장인의 지출. 배달 음식 비용



코로나 19로 인해 배달 시장이 급격히 커진 건 다들 알 것이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배달 비용이 과거에 비해 많이 커졌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지난 1년간의 사회초년생 시절을 겪어오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배달음식을 먹은 비중이 취준생 시절에 비해 훨씬 더 많았다.



일단 사회초년생 때는 모든 게 익숙하지 않고 불편해서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자신의 회사에 대해 불만이 많을수록 이 스트레스는 커진다. 나는 1년간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매일같이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켜고 음식을 시켜먹는 것으로 저녁을 때웠다. 거의 치킨/피자였고, 주말은 모든 식사를 배달음식으로 대체했다. 당연히 일주일에 배달음식으로 나가는 비중만 10만 원이 넘을 정도였고, 생활비의 반이상이 배달비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배달음식을 시키는 데 사용했다.



누구는 요리해먹으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구는 냉동식품이나 간편식 등을 사놓고 집에 와서 해 먹으면 되지 않냐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했고, 실제로 간편식 등을 쟁여놔 식비를 절감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감정적 동물이기에, 스트레스가 급 심할 때는 이성적인 판단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머릿속으로는 무조건 쟁여놓은 간편식을 먹어서 식비를 절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퇴근길의 스트레스는 모든 정신을 눈앞에 있는 쾌락추구로 돌려버렸다. 냉동실에는 먹지 않고 쌓아놓은 식품이 넘쳐났고, 일부는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 사실 배달음식 비용만 절감했더라도 내가 1년에 아낄 수 있는 비용이 400만 원이 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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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직장인의 지출. 투자 비용



"투자가 왜 지출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투자 방식인 주식, 부동산 등은 돈을 늘리려고 하는 일이지, 나가는 비용이 아니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 적금 등 외에 투자 대상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어 나는 자기 계발을 위해 구매하는 도서 비용도 투자의 개념에 속한다고 본다. 나는 2020년에 책을 사는데 160만 원이상을 지출했다. 이 비용은 중고책과 신간 구매 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책 구매 객단가를 16,000원으로 가정하면 난 연간 100권의 책을 산 셈이다(물론 모두 다 읽지는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 나는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도서관이 문을 닫아버렸다. 그 때문에 실질적으로 책을 빌려 볼 기회가 줄었다. 또한, 나는 책을 사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소비되는 지출이 쌓이다 보면 예상치를 웃도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다른 지출로 장비 투자도 있었다. 난 영상 PD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기본적으로 장비가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하는 숙명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장비는 열악했고, 구매할 여건도 되지 않으니,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불편해서 구매한 장비가 종종 있었다. 소니 A6600과 18-105mm 렌즈, 삼각대, 프롬프터, 마이크, 최신형 데스크톱, 모니터 등을 구매했었고 이는 투자비용으로 측정되었지만 명확한 지출이긴 했다. 위 장비 등은 개인 유튜브를 키워보려고 산 거기도 하지만, 막상 투자비용을 엑시트 할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해 더 가슴 아픈 지출이긴 했다.



이 외에도 파이선 교육을 듣기 위해 지출한 강의비용(일부는 내일 배움 카드를 사용해서 절감하긴 했지만) 등이 있었고 허리디스크로 인해 구매한 모션 데스크 비용(70만 원), 누워서 글쓰기 위해 구매한 태블릿 비용(50만 원) 등 크고 작은 투자 지출이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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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20~30대라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잃을 게 별로 없기에 투기의 성격이 강한 암호화폐에 자신의 전재산을 배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전재산이 1,000만 원이지만, 도저히 불릴 자신이 없을 때, 잘 된다면 단기간에 10~100배 이상을 낼 수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초년생일수록 가진 자산이 별 볼 일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고, 돈을 늘릴 수 있는 마땅한 방법도 보이지 않으니, 더더욱 암호화폐에 몰릴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실제로 난 취준생인 2017년에 돈을 벌기 위해 암호화폐에 전재산을 걸고 뛰어들었다. 물론 그 당시 나는 100만 원 밖에 없는 취준생이라서, 투자한 비용도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2018년 초에 급격한 하락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60%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이 일은 나에게 있어 2가지 교훈을 주었다. 첫 번째로 돈을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주식을 공부하면서 나는 부자들의 공통점을 연구했다. 대게 그들은 극도로 실패하지 않으려고 준비했고,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단 기간에 아무리 큰돈을 벌어도 그 이상의 손실을 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기에 돈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투자하려는 게 내 첫 번째 철칙이다.



두 번째로 단기간에 부자가 되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젊을 때 부자가 된다면 아주 달콤한 인생을 살 수 있다. 힘도 넘쳐나고, 돈도 많으면 온갖 것들을 다 해볼 수 있고, 가장 인생의 활기가 있을 때 스스로가 더욱 빛나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단 기간에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위험요소가 있다. 그것 중 하나가 암호화폐 시장이라고 난 생각한다. 물론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나는 사업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무조건 30대에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는데, 성공한 사업은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살아간다면,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실패할 확률이 높다. 대다수의 실패는 감정적 판단에 치우쳐 생겨나는데, 부자가 되려는 욕망은 아주 큰 감정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하는 말들이 원론적 이야기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위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부자가 되기 위해 능력을 쌓아가려고 생각 중이다. 지금은 돈 없는 사회초년생이라도 10년 뒤까지 그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러면 돈도 없는 사회초년생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다음 장에서는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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