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회초년생의 1년
사회초년생이 무슨 이직이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생직장이 사라진 현대에 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은 이직하기에 경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1~2년 정도의 근속연수를 가진 사람을 사회초년생이라고 본다. 1년 정도 근무하면 회사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한 분야에서 2년 정도 업무를 하면 상당히 능숙해진다. 이때쯤 많은 이들이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특히나 중소기업에 들어간 사회초년생들은 대게 매일을 이직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를 버텨나간다. 왤까?
많은 사람들이 이직하고 싶은 이유 1순위가 작은 월급이다. 중소기업 문과 사회초년생의 평균 초봉은 대게 2600~2800쯤 된다고 본다. 물론 이보다 훨씬 낮고 높은 직종이 있을 수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본다면 대게 이 선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삶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 초봉이면 4000~4500을 받는다고 하고, IT 기업 개발자는 초봉이 5000 이상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그들과 비교하면 중소기업 사회초년생은 고작 절반의 돈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 실수령액으로 계산해본다면 초봉 5천을 받는 사람은 월 350만 원 정도를 받고 연봉 2600을 받는 사람은 월 19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같은 시간을 일하고 같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돈이 이렇게 차이 나면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또, 문/이과의 차이가 아니라 같은 직종인데도 기업의 규모에 따라 연봉이 차이 나면 현타가 더 올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직종과 연차인데도 불구하고 돈이 차이가 난다? 이걸 보고 감정적으로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물론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납득이 간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니, 모든 일에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또 같은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에서도 연봉은 차이 난다. 잘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주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투자비용과 유지비, 마케팅 비용, 배당금, 대출이자 등을 다 제하고 남은 돈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다. 앞의 비용은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 무조건 지출되는 비용이기에, 언제나 임금은 제일 뒷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높은 연봉을 받는 곳은 당연히 모든 비용을 지출하고 남는 돈이 많은 기업일 것이다. 예를 들면 게임회사 같은 경우는 초기 개발비용이 막대하게 들지만, 막상 개발되어서 게임이 흥행하고 나면, 유지비랑 마케팅 비용 외에 고민이 줄어든다. 다른 제조업이나 식품업처럼 원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과금 체계만 잘되어있으면 코드로 게임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복사하면 그만이다. IT업종에서는 이런 일이 허다하다. 그렇기에 연봉 인상을 앞다퉈해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자 그러면 연봉을 가장 적게 받는 업종은 무엇일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제공하는 곳이야 말로 가장 연봉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업종의 초기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면, 경쟁업체가 뛰어들기 쉽다. 후발주자들은 가격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 내려하고, 결국 서로가 치킨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스 고딘의 책 '마케팅이다'에서 보면 가장 좋은 마케팅은 경쟁에서 벗어나는 일이라 했다. 이 말은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어야 하고, 내 업종에서 확실한 1등이 되는 게 성공하는 마케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초기 진입장벽이 낮은 곳일수록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고, 결국 낮은 임금을 받게 되는 불상사에 빠지기 쉽다. 이런 업종은 대표적으로 서비스직, 택배업, 택시운전, 일용직 등이며 공통점으로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기술이란, 대게 코딩, 법학, 의학 등 고도로 숙련된 능력을 말한다)
이런 업종에 본인이 들어갔다면, 초기 연봉도 낮을 것이고, 연차가 쌓일수록 남들과의 차이가 커짐에 따라 빨리 이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사회초년생은 매일매일 자신의 가치를 갈고닦아야 하는 지위에 놓여있다. 우리가 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내 가치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증명해야만 한다. 이 방법 중 대표적인 게 자신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물론 일부는 정치질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긴 한다. 정치 능력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그것만 키우는 건 멀리 봤을 때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버리는 셈이다).
요새는 정말 많은 곳에서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다. 유튜브, 인강, 내일 배움 카드, 사설 오프라인 강의 등 다양한 매체와 서비스를 통해 자기 계발을 할 수 가있다. 그리고 요즘 신입사원은 가장 양질의 교육을 받은 세대이며, 취업하기 위해 갖은 스펙을 쌓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이 수많은 경쟁을 뚫고, 입사하고 나니 눈앞에 보이는 게 무능한 상사라면, 무슨 생각이 들까?
높은 연봉을 받는 분들이 하나같이 가벼운 일에 쩔쩔매고, 자기 안위 챙기기에 바쁘다면, 사회초년생의 자기 계발 욕구도 대폭 꺾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평생직장이 된다면 몰라. 그러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고, 심지어 평생직장이 되더라도 월급으로 서울에 집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맘 편히 다닐 수 있을까?
아마 매일이 불안하고, 나아지는 건 없어 보이고,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연봉까지 낮고 워라밸도 잘 안된다면? 바로 매일같이 사람인과 잡코리아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중소기업의 특성상 배울 사람이 없더라도 고속력으로 성장할 수가 있다. 어떻게? 바로 내가 2배, 3배 노력하면 된다. 회사에서는 업무만 하고 퇴근 후 자기 계발로 지식을 쌓고, 다시 이를 회사에서 테스트해본다. 작은 기업일수록 개인이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아지기에,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해볼 수 있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렇게 워커홀릭처럼 1년을 보내고 나면 다른 회사 2~3년 성과를 1년 만에 얻을 수도 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연봉을 높일 기회도 주어질 것이다(물론 좃소기업은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불경력을 쌓고 난 이들은 대게 몸값을 높여 이직하거나, 중견/대기업 중고 신입으로 재취업한다. 그래도 연봉 자체는 훨씬 오르니 문제는 없다. 이러면 다시 중소기업에서는 힘들게 사람 키워놨는데, 사람 구실 하니 떠난다는 소리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신입이 다시 중소기업에 사회초년생으로 들어온다.
똑같은 일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