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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에게 가난은 피할 수 없는 일일까?

by 베아테투도

사회초년생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일이 자산 불리는 법일 것이다. 우리의 자산은 작고 소듕하니까.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수백 번도 언론에서 언급된 일이고, 이제는 다들 아리라 생각되는 이유 때문이다. 바로 우리가 저금리 시대에서 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제는 은행에 돈을 모아두면 매년 돈이 까이고(인플레이션 보다 낮은 은행 금리 때문), 저축으로는 집을 살 수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사회초년생에게 자산이란 오로지 월급밖에 없는데, 어떻게 집을 마련한단 말인가. 그리고, 우리 부모세대는 늘어난 수명으로 인해 쓸 돈도 부족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도 쉽지 않다. 사회초년생에게 지금의 시대는 각자도생 말고는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2020년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자산을 불릴 뜻밖의 기회가 사회초년생에게 찾아왔다. 바로 주식투자이다. 실물경제의 위험으로 이내 코스피는 1400까지 떨어졌고, 많은 개미들이 주식을 쓸어 담았다. 바로 뉴스에서 수십 번씩 나오는 동학 개미 운동이다. 물론 나 역시 이 기회를 잡고자 주식을 샀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 취직하고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할 때는 이미 코스피가 2000을 넘긴 시점이었다. 아주 저점에서 매수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때는 주린이를 넘어 주식 태아 시기였기에, 무엇을 사야 할지도 몰랐다. 당시는 5월 경이었고, 내가 처음 산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많은 주린이들이 구매하는 종목인 삼성전자. 우량한 종목이라 해 쉽게 안 떨어지지만, 반대로 쉽게 오르지도 않았다. 내가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5월 경에는 제약회사와 언택트 회사가 미쳐 날뛸 시기였다. 삼성전자는 많이 올라봤자 2%였고, 다음날은 또 2% 떨어져 있는 채 계속 박스권에서만 머물고 있었다. 반면 제약회사들은 심하면 하루에 30% 오르기도 하고, 못해도 3%씩은 꾸준히 올라갈 만큼 시장의 모든 돈은 제약 회사에 들어가 있었다.



사회초년생이 어떻게 주식을 거래할까? 대 놓고 HTS를 데스크톱에 켜놓고 alt tab을 번갈아가면서 종목을 거래할 것 같은가? 아마 그런 날은 휴가 때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일이 바쁜 중소기업 사회초년생의 경우는 다른 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조금이라도 쉬엄쉬엄하면 야근이 눈앞에 보이니...




내가 주식을 봤던 때는 오로지 화장실 갈 때(큰 거) 뿐이었다. 그래서 사회초년생에게 데이트레이닝(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일)은 적합하지 않다. 할 수 있는 대안 중 가장 선택해 볼만한 건 가치투자이다. 괜찮아 보이는 종목을 정해 매수하고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다. 이 방식을 쓰면 주식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늘 졸리는 건 어쩔 수없다.) 하지만 2020년의 주식장은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일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손해 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수익률은 급상승했다. 나 역시 이윤도 잘 안나는 삼성전자로 5% 정도 이득을 보고 매도한 뒤 다른 종목을 살펴봤다.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종목으로 눈이 돌아가니 제약주를 안 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주식은 하필 모더나 관련주(우리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에 풀칠을 하고 강조하던 그 회사!)였다.



내가 그 주식을 산 이유는 꼼꼼한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서도 아니었고, 저평가되어서 산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당시 그 주식이 모더나 관련주로 검색어 1위였다. 그리고 그 주식을 산 시기가 5~6월 정도니, 아직까지는 제약회사가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내 전재산을 몽땅 투자했다.(내가 미쳤지...) 결과는? 어땠을 거 같은가? 무려 20% 이득을 보고 매도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넣어둔 돈은 고작 100만 원이었기에 이득이라고 해봤자 20만 원이 전부였다. 돈을 그렇게 쉽게 버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용기가 생겨났다. 매일 출근하는 나 자신이 바보 같고, 상사 앞에서 기획서가 통과될까 조마조마하는 순간도 하찮게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나의 숨겨왔던 재능인가!' 하는 생각에 직장인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퇴사 각을 계속해서 보게 된 셈이다. 그리고 바로 100만 원 추가 입금을 하고 같은 종목을 또 샀다. 그 뒤로 내리 추락의 길을 가게 되었다. 이 뒤로는 -30%라는 미친 상황을 겪게 되었다(아이고 두야...)



처음에 넣어둔 원금보다 돈이 까였을 때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사회초년생이라 투자한 돈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 조그마한 돈도, 결국은 나의 전재산이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하는 업무 중에 매일 오전 8시 30분 뉴스 체크 8시 45분 매물 확인 오전 9시 주식 동향 체크 등이 늘어났다. 그리고 5분 간격마다, 종목 체크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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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에 신경 쓰다 보니, 업무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전 같으면 하루 걸릴 일이 2 ~ 3일 걸리기도 했다. 생산성이 급감하니 우울증이 도졌고, 떨어지는 주식으로 인해 좌절감은 제곱이 되었다. 스트레스 푸는 거라곤 퇴근하고 먹는 패스트푸드뿐. 이때 몸무게가 7kg이나 쪄서 복부가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기 싫어했던 아저씨 배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니... 이건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몇 달을 기다리니 다시 호재가 생겨 주식이 원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다 싶어 가져 놓은 제약주를 모두 팔았고, 그 뒤로 제약주는 다시는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같은 제약 종목을 사고 말았다. -20% 손해를 보게 되어 손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초년생이 가난을 피하기 위해 하는 선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나는 주식투자를 택했고, 그 결과는 이득 반 손해 반이다. 물론 1년 만에 얼마나 극적인 변화가 있겠냐마는 오히려 일찍 주식투자를 도전한 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시드머니가 커졌을 때 손해 보는 것보다는 적은 돈으로 경험을 쌓는 셈 치고 손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다(물론 결과적으로 나는 이득을 봤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초년생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가 가난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주식투자 밖에 없다는 그런 가슴 아픈 현실에 모두 직면해 있는 건 아닐까. 이 상횡이 2018년 비트코인 사태처럼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길 바란다(나는 그때 -60% 손해를 봤다...)



결론: 묻지 마 투자는 절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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