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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테투도 May 18. 2021

중소기업이 사회초년생의 성장에 좋은 이유



누구나 일을 잘하고 싶을 것이다. 미생에 나오는 안영이처럼 외국어를 능숙히 구사하면서, 윗사람들에게 똑 부러지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사회초년생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좋좋소란 프로그램이 대히트를 치면서 미생은 드라마고 좋좋소는 현실이다 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확실히 미생은 판타지다. 하지만 좋좋소가 완전히 현실이라곤 말 못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좋좋소에서 나온 에피소드를 실제로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중소기업은 정말 별로야?'라고 물어보다면, "대기업보단 별로지, 근데 나도 대기업을 다녀본 적은 없어서, 확신은 잘 못하겠네"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다. 



물론 중소기업의 연봉은 대기업보다 낮다. 그리고 복지나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대한민국에서는 기업이 창업하고 5년 이상 유지할 확률이 26%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사업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매일매일 살아남는 게 지옥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워라밸은 꿈같은 소리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대기업보다는 힘들 수밖에 없다. 왜? 당장 기업의 존폐가 걸린 위기에서 개인이 마음 편히 쉴 수가 있을까? 퇴근하더라도 일에서 완전히 떨어지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모든 직원이 쉬는 날만 보고 일한다면 어느 순간 회사는 사라져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이며, 사업을 일궈본 경험이 하나도 없는 순도 100%의 노동자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닌 뒤로 노동자의 관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시야를 갖게 되었다. 왤까? 중소기업은 인력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때문에 채용에서도 경력직을 선호한다. 경력직을 뽑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건 이 사람이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가성비이다. 나 역시 전 회사에서 처음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었을 때는 영상 촬영 프리랜서를 했던 과거의 경험을 경력직으로 부분 인정받았기에, 경력직 취급을 받아 입사하게 되었다.



회사가 자본이 많다면, 사람을 채용하는데 부담이 적다. 하지만 웬만한 중소기업은 늘 재정에 허덕이기에, 재무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다. 이런 압박은 실무자가 사람을 채용할 때도,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게 된다. '내가 뽑은 이 사람이 과연 그 비용만큼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이 생각을 하고 면접을 본다면,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입장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람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 그러면 사용자의 관점에서 일을 했을 때,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사용자의 관점에서 일했다고 해서 회사는 나에게 성과급을 주지도 않았고, 승진시켜 주지도 않았다(물론 난 첫 회사에서 1년만 다녔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면 회사에서 많은 돈을 벌게 된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나 확실한 건 사용자의 관점에서 일한다면, 노동자의 관점에서 일할 때 보다 2배, 3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모든 일들이 프로세스화 되어있다. 공채로 들어오면 OJT교육을 받고, 사수가 나에게 업무 전반에 대해 가르쳐준다. 아마 1년간은 사수의 지시 아래 업무를 펑크 없이 처리하는 걸로 시간이 몽딸 지날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일은 참 많고, 체계는 없다. 



여기서 체계가 없다는 말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사회초년생들에게 하나의 일화를 예로 들어주겠다.



A는 마케팅을 전공한 학생이다. 열심히 전공수업을 들었고, 토익 등의 스펙도 나름 갖췄다. 아직 실무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회사에 들어가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배울 자신이 있다. 원하던 대기업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중소기업에 신입으로 들어갔다. A는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다. 출근한 첫날 나를 반겨주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인사팀의 직원이 나에 대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단히 소개해줬다. 그리고 나를 마케팅팀으로 안내해줬다. 마케팅팀에는 이사 1명과 디자이너 1명 이렇게 2명이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사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 이직한 케이스였고, 디자이너 역시 경력직으로 1년 일한 사람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배워보겠다고 팀원들에게 말했다. 



다음날 이사는 나에게 연간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짜보라고 말했다. A는 혹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는지 이사한테 물었다. 이사는 모른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A는 되물었다. 이사는 다른 업체를 벤치마킹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보라고 지시했다. A는 멘탈이 깨졌다.








자 이 상황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체계가 없다는 건 즉, 내가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입사하면 사수가 없고, 직접 배우고 공부하고, 다른 업체나 업종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우리 회사의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육 특성상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에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학창 시절에 문제집에 적힌 문제를 푸는 데만 신경 썼지, 문제를 직접 만들어서 풀어본 적은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노동자에게 회사에서 정해놓은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르도록 지시했다. 사원부터 시작해 프로세스를 배워가면서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임원까지 천천히 성장하는 게 미덕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여긴 정말 전쟁터이고 야생이다. 이곳에서 사회초년생을 시작한 이들은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야생의 무서움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자, 위협과 두려움은 사랑을 성장하게 한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강하게 단련한 동물은 편안하게 지낸 동물보다 더 전투적이고,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변화에 민감하다는 건 즉,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날 수 있는 DNA를 손에 넣는다는 이야기다.



반면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일을 한다면, 프로세스가 잘 짜인 곳에서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프로세스가 기능하지 못하는 변화의 상황이 올 때 극도로 취약해진다. 예를 들어 평생 남쪽 지역에서만 살았던 사람이 북쪽 지역으로 이사하면, 극심한 추위에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반 면 평생 온 지방을 이곳저곳 돌아다닌 사람은 변화를 많이 겪어봤기에, 전혀 두려움이 없고, 오히려 태평하게 지낼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편안함을 원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지금의 20대는 어느 세대보다도 가장 많은 학업을 이루고 스펙을 쌓은 세대다. 당연히 삶의 피로도도 높을 것이고, 취업하고는 편안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는 보상심리를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편안함에 안주한다면 앞으로의 미래에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과거와 다르다. 평생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 때문에 남들과 똑같은 속도로 가면, 발전이 아니라 현상유지 밖에 될 수 없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훨씬 많은 능력을 쌓아서, 우리의 자리를 넘볼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무척이나 불편한 이야기다. 나는 힐링의 글을 쓰는 데는 별로 소질이 없다. 그래서, 사실만을 이 글에 적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나는 미친 듯이 일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체계를 만드는 능력을 길러냈다.


일할 때 있어서 최대의 성과를 내려했고, 절대 아마추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퇴근해도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아이디어를 늘 메모하고, 워크. 워크. 러닝의 삶을 살았다. 그래도 그 순간이 있었기에 불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월급은 좀 더 많이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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