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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테투도 Jun 06. 2021

취업하고 달라진 삶

왜 사는가 싶은 직장인의 삶. 철학자가 된 사회초년생

취업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취준생일 때는 취업하는데만 집중했지, 취업하고 달라질 삶에 대해 고민은 별로 안 해 본거 같다. 기자 준비생으로 지낼 때만 해도, 기자의 삶이 너무 멋질 거 같다고만 생각했지만, 막상 만난 기자분들은 하나같이 고민을 안고 살았다. 



막상 경험해보지 않으면, 어떤 어려움이 있고, 삶의 무슨 변화가 있을지 상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어보면서 깨달은 사회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올빼미가 참새가 된다.

나는 취준생 시절부터 지극히 올빼미형 인간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늘 새벽 3시가 넘어 잠에 들었고, 오후 12시쯤 일어나 하루를 맞이했다. 학원을 다녔다면, 이렇게 까지 올빼미형으로 살지는 않았겠지만, 대학교 시절 때도 영상 편집과 과제를 하느라 밤을 새운 적이 많았다. 나는 아이디어를 얻는 순간이 심야인지라, 자연스레 밤형 인간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할 때 토익공부는 인강으로 대처했고, 첨삭/독서 스터디 위주의 생활을 보냈는지라, 더더욱 아침형 인간으로 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닌 순간 당신의 모든 생활습관을 아침으로 바꾸어야 한다. 평소부터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다면, 이 점이 크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나는 적응하기까지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싫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옥철을 타고 강남으로 향할 때는, 정말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올빼미형으로 오래 살다 보니 밤에 일찍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고, 생각을 몇 번 하다 보면 잠에 드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아침은 늘 피곤했다. 피곤함을 커피로 때우기 위해 하루에 5잔 이상을 마셨고, 건강에도 좋지 않았다.



또, 약속을 잡을 때도 시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9 to 6의 직장이라면, 퇴근하고 친구를 만나면 거의 7시가 될 것이다. 이 시간이라면 술과 식사를 같이하면 9시쯤 된다. 2차를 가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갈등에 휩싸인다. 더 놀고, 낼 아침을 피곤하게 출근할 것인지, 아니면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 아침에 무사히 출근할 것인지 이게 늘 고민이었다(물론 코로나로 인해 수도권은 10시까지만 영업하게 되어있어서, 많은 고민을 사라지게 했다).

이런 고민은 취준생 때는 하지 않았지만, 직장인은 늘 시간에 쫓기는 존재이다. 돈을 열심히 벌어도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이 완전 거짓말은 아니다. 






2. 6시 이후로 에너지가 없다.

왜 직장인은 평일에 늘 에너지가 없을까? 사실 취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워라밸이 있는 삶은 당연한 것이라 꿈꿨고, 퇴근 후 자기 계발을 철저히 하는 삶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물론 가능은 하다. 하지만 극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일단 하루 9시간(점심시간 포함)을 회사에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초년생 시기에는, 완전히 낯선 사람들 틈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는 데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 시기가 짧게는 3개월이고, 길면 1년이다. 심지어 업무도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다. 훌륭한 사수가 위에 있다면, 당연히 일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이해해줄 테고,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사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때문에 부딪치면서 일을 배워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불편해한다. 그 때문에 일을 배우는 기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란 쉽지 않고, 에너지 손실도 엄청나다. 사람은 삶의 여유가 있어야 이성적 판단을 할 수가 있다. 에너지가 빠진 상황에서는 본능적 기재가 나오기 십상이다. 사회초년생의 밤은 피곤으로 둘러싸여, 집에 오자마자 침대로 바로 빠지기 쉽다. 나는 입사하기 전에는 매일 운동을 했고, 독서도 꾸준히 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3개월 동안은 퇴근 후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배달음식 먹는 것만이 유일한 행복이었다. 



또, 오전 내내 온갖 정보가 머리에 인풋 된 상황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다고 해도 마음이 편안해질 수는 없다. 특히나 나는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성격이고, 업무 특성상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일 정해진 업무만 하고 온다면 어느 정도 워라밸을 이룰 수 있었겠지만, 내 업무 특성상 이는 불가능했다.





그런 내가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낸 방법은 새벽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이전에는 아침 7시 20분에 일어나서 30분 동안 씻고, 회사로 출발했다면, 이후로는 기상 시간을 6시로 앞당겼다. 1시간 20분 동안 독서를 했고,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도 틈틈이 독서를 이어나갔다. 아침에 자기 계발을 하니, 오히려 머리가 개운해진 기분이었고, 업무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퇴근하면 피곤했지만, 오히려 아침 루틴을 잘 짜고 나니 죄책 금이 줄어들어서 인지, 가볍게 걷거나 홈트레이닝 정도의 운동도 퇴근 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3. 쇼핑앱이 늘어난다. 

우리가 돈을 버는 목적이 뭔가? 잘 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돈을 버는 건 어딘가에 소비하기 위함이다. 나 역시 이 유혹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취준생 시절에는 극도로 소비하지 않는 게 일상이었고, 딱히 소비하지 않아도 불편한 점이 없었다. 하지만 취업하고 나니 고정적인 수입이 생겼고, 소비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를 가장 앞당 긴 건 신용카드이다. 할부의 매력은 너무나 멋지다. 지금 내가 가진 돈이 없어도 미래의 돈을 담보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니! 이것이야 말로 신용 자본주의의 힘이 아닌가! 특히나 취업하면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고, 매달 월급을 받으니, 마음껏 소비해도 죄책감이 덜하다(미래의 나 힘내라... 그리고 미안).



쿠팡, 티몬, ssg, 배민, 요기요, 윌라 오디오북, 넷플릭스, 네이버 쇼핑 등 여러 소비와 관련된 앱들이 늘어나고 구매하는 빈도 수도 늘어났다. 특히나 난 2021년 애플 맥북프로 m1을 사고 나서 에어 팟 프로, 아이폰 12 pro max, 애플워치 6를 구입하는 프로 앱등이가 되어버렸기에(이제는 아이패드프로 m1도 사버렸다...) 소비로 나가는 돈은 너무 컸다. 



(나의 애플 친구들... 텅장의 원인)






4. 미래를 잊어버린다.

사실 현대인에게 취업은 엄청나게 큰 관문이다. 그만큼 취업하기가 힘든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막상 취업하고 나면 큰 관문이 없는 거 같아 방황하기 십상이다. 목표를 잃은 사람은 표류한다. 사회초년생의 자리에 들어서면 입사 초기에는 열정적으로 일하지만, 점점 어떻게 살아야 갈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이때 가장 쉽게 선택하는 게 소비이며, 나 역시 한동안 소비 유혹에 빠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파트에 대한 답은 나도 아직 내리지 못했다. 영상 PD로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사업을 하고 싶어서, 언젠가는 일을 그만둘 거지만, 언제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슨 사업을 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는 지금 해야만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보험 삼아 멈추지 않는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일은 잘하려고 하고 있고, 평일에는 늘 회사 일에 집중을 한다. 지금 내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면 끝날까? 물론 내가 내는 성과가 높은 직급의 분들에 비하면 엄청나지도 않다. 그리고 성과에 대한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 결과가 이직이 될지도 모르고 퇴사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이켜보면, 늘 회피의 순간이었다. 원래 목표로 하던 게 있었고, 그 일을 하다가 잘 안되니 다른 걸 해보고, 또 안 되니 다른 걸 해보고, 다시 회피하고를 반복이었다. 무언가 한 일을 꾸준히 못한 건 내가 그 일을 아주 못해서도 아니었다. 단순히 잘하다가도, 조금이라도 그 일에 막힘이 생기면,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여서 도망갔다. 그렇게 매일의 순간순간을 살다 보니, 어느새 내가 생각한 미래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늘 회피하며 살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놓지 않은 게 있다. 그게 바로 책과 글쓰기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늘 책만은 읽을 수 있었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글은 늘썼다. 그리고 자연스레 손이 갔다. 내가 평생 할 일을 찾으라면, 글쓰기와 책 읽기. 이 2가지 일일 것이다. 이것만큼은 늘 곁에 두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일을 하고 밥 먹고 살기란 쉽지 않다. 



늘. 현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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