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습관의 무서움
저번 장에서는 책을 읽어야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봤다. 그러면 이번 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어떻게 하면 책을 하루에 1권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이 방법은 실제로 내가 했던 방법이고, 1년 동안 365권을 읽을 수 있게 해 준 실질적 노하우다. 물론, 모든 사람이 1일에 1권의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내가 이 방법을 사용했을 때는 1년간 휴학할 때였고, 책 읽는 것외에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연애도 포함이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시간이 많았다. 책 읽기 위해 친구들과의 약속도 잡지 않고, 모임과 여행도 피했다(하지만 독서모임은 1주에 3번 정도 갔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상을 포기하면서 까지 책을 읽고 무엇을 얻었느냐고 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얻은 건 '인생을 사는 방법'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먼저 이 글의 주제인 책을 읽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책을 어떻게 재밌게 읽지?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사실 책을 재밌게 읽지 못하는 이유 중 상당수는 처음부터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책을 읽어서 일지도 모른다. 나는 예전에는 인문학과 과학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경제학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와서, 경제 분야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되어, 한 동안 책을 손에 잡기도 싫었다.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책을 먼저 접하고, 억지로 읽으려 하면 책을 더 싫어하게 되기 쉽다. 책을 많이 읽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관심 분야 밖의 책을 읽는 건 비추천하고 싶다. 차라리 그쪽 분야의 지식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튜브 영상이나 인강을 듣길 권한다.
책 읽기는 장기전이다. 단기적으로 당신의 인생을 바꿔주지는 않지만, 장기전으로 끌고 갈 때는 당신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도구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관심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점차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넓혀가길 권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야의 책을 읽으라고 해서, 그쪽 분야에만 관심 가지다가는 편협한 사고에 빠지기 쉬우니 주의하길 바란다.
책을 읽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하는 방법이 내키는 대로, 읽고 질리면 내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에는 몇 번 보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면 내려놓고 딴짓을 하게 된다. 딴짓에 시간을 더 오래 쓰다 보면 어느새 책 읽기는 딴 나라 이야기가 된다. 책을 읽을 때는 오로지 책에만 집중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몰입에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집중이 떨어진다고 딴짓을 하면 몰입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에너지가 낭비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내가 하루에 1권씩 읽을 때는 60분에 60페이지를 읽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다. 거의 1페이지에 1분꼴인데, 누군가한테는 빨리 읽는 것일 수 있고, 누군가한테는 느리게 읽는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최대한 집중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딱, 1시간에 60페이지 정도였다(물론 내용이 어렵다면, 1시간에 30~40페이지 정도가 걸릴 만큼 오래 걸리기도 한다).
나는 한 번 책을 잡으면 60페이지를 읽을 때까지는 그 어떤 딴짓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은 무음 모드로 해놓고 서랍에 넣어놓았다. 만약 메모할 일이 생긴다면, 노트에 내용을 수기로 적었고, 해당 페이지를 메모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핸드폰을 잡는 순간 수많은 것들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60페이지를 읽으면 거의 1시간이 지나는데, 할당된 페이지를 다 읽고 나서 잠깐 동안 연락 온 것에 답변하고 다시 책을 읽었다. 이렇게 하면 대게 5~6시간 정도면 1권의 책을 읽게 된다. 책을 다 읽고는 공책에 메모해놓은 내용들을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독서기록 어플에 해당 내용을 기입하곤 했다.
독서 기록 어플로는 안드로이드의 데일리 북 pro를 사용했다. 해당 어플의 장점은 내가 읽은 책이 월간 캘린더에 표시가 되어서, 한 달에 얼마큼 읽었는지를 측정할 수가 있다. 또한, 사진 촬영과 메모 남기기에도 용량의 제한이 없었다(이유는 핸드폰 내부에 사진을 저장하기 때문에, 서버 클라우드의 용량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별점으로 책에 대해 평가할 수 있었고 간단하게 서평을 남길 수도 있었다. 또한, 분야별로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한쪽 분야의 책만 읽은 거 같다면,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아이폰에서도 비슷한 앱은 있지만, 데일리 북이 더 직관적이라서 독서 기록할 때는 추천할만하다. 단, 유료 앱이라서 1년 정도 사용하는데 5,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책 읽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건 2가지 이유가 있어서인데 일단 첫 번째로 활자를 읽기 어려워서이다. 영상 미디어에 익숙한 나를 포함한 mz세대는 활자보다는 유튜브 영상이 이해하기가 쉽다. 또한,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활자에 익숙하지 않다. 활자를 읽는 능력은 교육과 훈련으로 쌓아 올린 후천적 능력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동안 뇌를 활자에 익숙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익숙하게 하는 작업이란 무엇일까? 간단하다. 영상 매체를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읽는 시간을 늘려랴.
그런다고 정말 효과가 있을까? 물론이다. '다시 책으로'라는 책을 보면, 활자를 읽는 사람의 뇌와 영상을 주로 보는 사람의 뇌가 발달된 부위가 다르다고 되어있다. 이는 우리 뇌의 기본 성질을 이해하면 답이 나오는데,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반복적으로 관련된 일을 할수록 그쪽과 관련된 뇌 부위가 발달된다. 수학에 미쳐 사는 사람일수록 수학과 관련된 뇌 부위가 발달되고, 반대로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그쪽 부위의 뇌가 발달된다. 이 처럼 후천적으로 뇌의 발달 부위를 바꿀 수 있기에, 책을 잘 읽고 싶다면, 읽기와 관련된 부위가 발달되도록 훈련을 하면 된다.
훈련을 한다면 뇌 부위가 발달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 나무 위키 등과 같은 인터넷 문서를 읽는 것만으로 활자를 읽는 능력이 발달될까? 아니다.
활자를 읽는 능력의 핵심은 바로 깊이 읽는 능력이다. 깊이 읽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종이로 된 활자를 읽는 게 도움이 된다. 이는 여러 연구결과에서 증명되는데, 인터넷 스크린 상에 있는 글을 읽다 보면, 미세하게 움직이는 픽셀들이 깊이 있는 독서를 방해한다.
실제로 나는 전자책을 읽을 때와 종이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른데, 전자책은 훑어가면서 읽는 반면, 종이책은 깊이 생각하고 읽게 되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 효과가 있었다.
비문학을 읽기 싫어하는 이유 중 상당수는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서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문학의 특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대게 비문학은 대학교수님이나, 관련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분들이 집필한다. 그분들이 책을 쓸 때 최대한 풀어쓰겠지만, 지식의 저주를 피할 수는 없다.
지식의 저주란 이미 그 지식을 가지게 된 사람은 가지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한 번 지식을 얻은 뒤에는 이미 그 정도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도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인과 지식인의 갭 차이가 발생하는 건 지식의 저주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비문학의 특징상 이전에 쓴 책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야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쉽다. 교수님들이 논문을 쓸 때도, 이미 많은 분들이 연구한 주제로 쓰지 않는 것처럼, 비문학 책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써봤자,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건너뛰고 이야기 하기에, 관련된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많이 어렵다. 만약 당신이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어서, 양자역학 책을 읽는다고 하자. 근데, 책에서는 양자역학이 거시 과학과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말을 하는데, 여기서 거시 과학이 뭔지 모른다면, 읽는 내내 어려울 수가 있다.
이처럼 비문학을 읽다 보면 한 번씩 벽에 막혀 무너질 때가 많다. 이때 많이 포기하게 되는데, 그럴 때는 잠시 책을 내려두고, 관련 분의 책 중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을 읽다가 막혔으면, 과학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훑는 책을 읽어보자. 이후 뉴턴의 법칙을 설명한 책,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책 등을 읽고 거시 과학에 대해 기본적인 소양을 쌓아야 한다. 그다음에 양자역학에 대해 읽기 시작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처럼 관련된 분야의 책을 최소 10권 정도 읽는다면, 처음에는 내용이 어려워 막히더라도, 갈수록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왜냐면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생각보다 겹치는 내용도 많고, 지식을 습득하면서 비워놓은 공간을 다른 책이 채워줘서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게 있다. 바로 꾸준히 읽는 것이다. 꾸준함이야 말로 위의 열거한 수많은 방법들보다 핵심이다. 꾸준하게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된 일은 더 이상 힘들지가 않다. 이유는 우리 뇌는 꾸준한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달리기에서도 꾸준한 속도로 달리는 게 중간중간 속도를 다르게 해서 뛰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다.
습관도 이와 같다. 한 번 습관이 만들어진다면, 뇌는 그 일을 하는데 큰 에너지를 들지 않게 효율화한다. 효율화되며 더 이상 책 읽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걷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바뀌게 된다. 그러니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꾸준히 읽는 것이 가장 독서를 잘할 수 있는 비법이다. 습관을 만드는 데는 필요한 시간은 대게 3주 ~ 2달 간이다. 이 시간 동안 정해진 시간에 독서를 하길 바란다.
만약 본인이 직장인이라서 퇴근 후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아침 시간을 활용하기 바란다.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퇴근 후 책 읽기가 힘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택했다. 평소 출근시간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 독서하는 것을 생활화하다 보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되었고, 아무리 바빠도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잠깐의 고통을 잘 이겨내고 독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길 바란다. 평생 동안 자신을 강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책 읽기이다. 힘내서 독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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