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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테투도 Nov 28. 2021

사회초년생의 번아웃 어떻게 해결할까?

번아웃은 당신의 죄가 아닙니다.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말을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몸이 완전히 소진된 거 같은 느낌을 말한다. 소진이란 무엇일까? 겪어 본 사람은 번 아웃 증후군이란 것에 대해 확실히 알겠지만,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이 증후군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를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극도의 신체, 정신적 피로를 겪고 자기혐오와 무력감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소위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타버린 것 같다는 의미에서 번아웃이란 말이 붙었다. 즉,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쉽게 걸리는 게 번아웃 증후군이다. 번아웃이 쉽게 걸리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일을 잘하려는 욕망이 가득 차 있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고, 새로운 정보를 찾는데, 누구보다 진심이다. 특히나 열정이 가득한 사회초년생의 경우 번아웃 증후군의 위험에 빠지기 쉽다. 능력이 부족해서, 잘하려고 지식을 찾는다.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가치는 올라가지만, 피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킬이 부족해 번아웃에 걸리기 쉽다.



나도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적이 있다. 대학교 때는 공모전이나 대외활동에 몰두하고 나서, 성공적으로 끝나고 난 뒤에 며칠간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만큼 에너지가 바닥난 적이 많았다. 다행히 대학교 생활 때는 약한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고 방학기간에 주로 찾아와서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고 나서는 학창 시절처럼 방학도 없었고, 바빠서 연차를 쓰기도 쉽지 않아서, 번아웃에 더 취약했다. 



사회초년생으로 번아웃이 찾아온 건 입사 후 11개월 차쯤 되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영상팀에서 메인 PD로서 회사의 모든 영상 업무를 담당했다. 내가 입사하고 나서부터 영상업무의 체계를 잡아가던 시점이라 늘 일이 많았고, 사회초년생으로서 가볍지 않은 업무를 맡다 보니, 책임감도 막중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의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맡다 보니, 물리적으로 업무 할 시간이 부족했고,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일이 늘 쌓여만 갔다. 물론 회사에서 일을 늦게 한다고 혼내지는 않았다. 다만, 해야 할 일이 많았고, 업무 하나하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인지,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그러다 보니, 퇴근하고 나서도 업무에 도움 될만한 정보를 찾는 게 일상이었고, 주말에도 콘텐츠의 질에 도움될까 싶어서, 마케팅 책을 찾아보기도 했고, 개인 유튜브도 운영해서 실무에 도움 될만한 인사이트를 얻으려고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하면 죄짓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있다 보니, 힘에 부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또한, 성격상 남에게 일을 잘 맡기지 못하는 편이다 보니, 모든 일을 내가 맡아서 처리하려고 해서 분업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아침에 몸의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날 아침은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생각하니, 헛구역질이 올라왔고, 지하철을 타기 전에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사고가 난다면 산재로 처리되어서, 한 동안 일을 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온몸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는 말이 안 나왔다. 정확히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입에서 말을 내뱉는 행위 자체를 할 수 없었고, 아주 가벼운 소통도 힘들었다. 나는 평상시 entp성향이라서 말하는 거에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고, 늘 회사에서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그런 내가 말을 할 수 없다니?! 처음 겪는 기분에 스스로도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도저히 일은 해야겠으니, 주변 사람들에게는 톡으로만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내 이상한 분위기를 짐작한 이사님이 나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바로 면담을 하자고 했다. 이사님은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털어보라고 했다. 나는 한동안 말을 못 했다. 아니할 수 없었다. 말 한마디를 꺼내는데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이사님은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라고 했고, 내 표정이 너무 좋지 않으니 당장 쉬라고 했다. 그리고는 2주의 시간을 주고 충분히 쉬다 오라고 했다. 나는 너무 고마웠지만, 그렇게 오래 쉬면 회사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거 같아서, 1주일만 쉬겠다고 말을 했다. 이사님은 알겠다고 말하고, 바로 대표님한테 허락을 받아오겠다고 했다. 



오전에 대표님과 이사님 두 분 이랑 나 이렇게 4명이서 면담을 했다. 대표님은 이미 이사님께 이야기를 들었다고 흔쾌히 쉬고 오라고 말했다. 그날 나는 알겠다는 답변을 위해 마음속의 얼마 안 남은 에너지를 다 쏟아냈다. 회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혼자서 산책했다. 몇 보 걸었을까? 갑자기 마음속에서 격정이 흘러내렸다. 폭풍처럼 다가온 감정은 내 눈시울을 붉혔고,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선릉역 주변을 걸어 다녔다.





일주일의 휴식기간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도 못했고, 핸드폰을 거의 꺼놓았다. 부모님께는 미리 양해를 구했고, 일주일 동안 쉬면서 누워있거나, 아니면 2시간 이상을 걸어 다녔다. 걸어 다닌 건 내가 번아웃에 걸린걸 안 인사과 이사님께서 무작정 걷는 게 번아웃을 겪을 때 최고의 대책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듣고 무작정 하루에 최소 2만보씩 걸었고, 걸을 때마다 몸이 괜찮아지는 게 느껴졌다. 





또한, 그때 번아웃과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책 제목이 인상적이라서 바로 구입해 순식간에 읽었다.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란 제목이었는데, 이 책에 따르면 나같이 늘 쉬는 걸 죄악시 여기면서 자기 계발에 시간 쓰는 사람들은 이미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상황이라고 했다. 즉, 만성 번아웃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몸의 한계치를 넘어 폭발해 버린 셈이었다.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나서는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새로운 걸 배워보자였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걸 해보자! 그게 지금의 나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걸 배워보려던 차 고민만 하던 코딩을 배워볼까 했다. 내일 배움 카드로 파이선 교육강좌를 신청했고, '코딩 머신 구매'라는 자기 합리화로 m1맥북프로를 구매해봤다. 



28년 동안 윈도와 안드로이드만 쓴 나에게 맥북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모든 게 어색했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새로운 배움이었다. 코딩도 마찬가지 었다. 처음에는 문법이 하나도 외워지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너무 어려워서, 정말 내가 이걸 배우기로 한 게 잘한 선택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겪다 보니, 내 안에 가득 쌓인 번아웃의 구름이 서서히 걷혀갔고, 예전처럼 새로운 활기가 돋았다. 그리고 한 번 번아웃을 겪고 나니, 스스로를 내려놓는 법을 배워서, 스트레스 관리가 훨씬 쉬워졌다. 한 번 겪어본 번아웃이 나를 더 성장시킨 셈이었다.



고통 없이는 성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고통 중 하나가 나는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생각한다. 



번아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만큼 열심히 살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묵묵히 달려가기에 번아웃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면 잠시 자신을 내려놓고 충분히 쉬자. 쉬는 동안 자신과의 대화를 끝없이 나누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자. 



번아웃은 마음의 감기와도 같다.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그러니 지금 당장 모든 에너지가 사라져서, 우울하더라도 시간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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