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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테투도 Feb 21. 2022

코로나인지 오미크론인지 모르겠지만, 확진되어버렸다.

회사, 집만 반복했는데... 확진이라니

내가 코로나 확진이라니...



회사와 집만 반복하는 삶에서 코로나에 걸렸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금까지 맞은 백신과 지켜왔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양성이라는 2글자에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 경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심되는 바는 1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회사 내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해 8명의 감염자를 만들어버렸다. 최초 감염자로 의심되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지도 않았는데도, 감염되었다.



마스크를 매일 쓰고 있음에도, 확진이 된 게 놀라웠다. 아마 가장 큰 원인은 비말 마스크였던 거 같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몹시 강해서 KF94 말고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처럼 순식간에 감염되는 걸 보니 답답하다고 Kf94를 쓰지 않았던 지난날이 몹시 후회스러웠다.



연일 10만 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시기에 이제 주변에서 코로나 걸린 사람이 없으면 왕따라는 소리가 들릴만큼 누구나 걸리는 병이 되어버렸지만, 막상 내가 걸리니 기분이 몹시 이상했다. 코로나를 피하려고 백신도 맞았는데 2차까지만 맞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3차를 피한 내가 몹시 원망스러웠다. 남들은 이제 코로나가 감기라고 하고 초기보다 독한 게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는데, 막상 걸려보니 결코 그런 말로 치부될 수 없을만한 증상이 있었다. 감기와 독감 코로나를 모두 걸려본 입장에서 단언컨대 코로나가 가장 독하고 오랫동안 후유증이 남는 병이다. 감염되고 이제 2주가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기침과 가래를 달고 산다. 이 때문에 밖에서 사람 만나기도 힘들고, 말할 때마다 기침이 심해져 묵언 수행 중에 있다. 이글에서는 코로나에 걸렸던 일자 별로 어떤 증상들이 있었는지 밝혀보겠다.




1. 최초 증상일(1일 차)

최초로 증상이 생겼던 건 일요일이었다. 주요 증상은 목이 약간 따가운 경증 인후통이었다. 이 날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소식을 듣고 내 증상이 코로나 증상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만 지냈다. 



2. 자가 키트 사용일(2일 차)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회사는 전면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나 역시 집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이 날은 아침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았고 오한과 기침, 미열, 인후통 증상이 나타나 회사에 이야기하고 반차를 사용했다. 한 숨 자고도 몸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가보았고, 열은 37도였다. 



아직도 달고 사는 목감기용 약



병원에서는 가벼운 목감기 증상으로 판단해 감기약을 처방해줬다. 나는 혹시 몰라 자가 키트를 2번 사용해봤지만, 모두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자가 키트로 검사를 4번이나 해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PCR 검사를 받아보니 양성이 나왔다는 뉴스가 있어서, 결코 간과할 수 없었다. 



3. PCR검사일(3일 차)

이 날은 인후통 증상이 더 심해졌고, 오한도 계속 지속되었다. 불안한 기분이 들어 일어나자마자 자가 키트를 사용해보았다. 전날 팀장님이 자가 키트 면봉을 깊숙이 넣고 쑤셔보니 양성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해서 나도 한 번 코가 사라질 만큼 깊게 면봉을 쑤셔 넣었다. 검사를 하고 15분이 지난 뒤 확인해보니 희미하지만 2줄이 나와있었다. 찾아보니 음성인 사람들은 희미하게도 2줄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물론 자가 키트 오류율이 20%라는 말이 있긴 하다) 바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코로나 감염자 수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정부도 통제하길 포기했는지, 자가 키트에서 양성이 나와야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아니면 의사들이 소견서를 작성해 줘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나는 전날 소견서를 받지 못해서, 양성이 된 자가 키트를 들고 보건소로 향했다.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게 되다.



4. 코로나 확진 통보일(4일 차)

오전 9시경 코로나 확진이라는 문자가 왔다. 양성이 되고 나서 바로 보건소에서 전화가 올 줄 알았지만,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건소도 신속하게 대처하긴 힘들었다. 자가격리 지침을 확인해보니, PCR 검사를 받은 일로부터 7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경되었다. 내가 화요일 PCR 검사를 했으니 다음 주 월요일까지 자가격리를 하고 화요일이 되는 새벽 0시에 자가격리가 풀리는 게 변경된 지침이었다. 일단 증상은 전과 똑같이 인후통, 오한, 미열, 기침 등이었다. 증상 자체는 2일 차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자가격리라는 상황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모든 음식은 배달로 시켰고, 필요한 게 있으면 쿠팡으로 주문했다.  



5. 경증이지만, 불안(5일 차)

시간이 지나감에도 경증은 지속되었다. 화이자에서 만든 코로나 치료제가 있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 중증 환자들한테만 사용하는 상황이라, 감기약을 먹으면서 코로나를 버틸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면역력 싸움이라, 면역력이 좋지 못하면 오랫동안 고통받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불편한 증상은 기침이었다. 가만히 있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수없이 기침을 해대니 삶의 질이 급감했다. 독감 걸렸을 때는 타미플루라는 치료약이 있어서 증상이 2일 이상을 가지 않았는데, 코로나는 치료제를 쓸 수 없어서 증상이 오랫동안 반복되는 게 나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6. 약이 떨어지니, 열이 올랐다(6일 차)

이날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모두 떨어진 날이었다.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이 떨어지니, 약국에서 상비약으로 사놓은 타이레놀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타이레놀을 먹고 나서 이상하게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미열만 있었는데, 느낌으로는 열이 38도 정도까지 오른 느낌이 들만큼 머리가 아팠다. 몸도 너무 추워서 전기장판을 틀고 극세사 이불을 덮었음에도 온몸이 떨렸다.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통이라 이렇게 죽는 건가 싶기도 했다. 타이레놀을 한 알 더 먹고 2시간 동안 침대에서 잠에 빠졌다. 자고 일어나니, 초기보다는 증상이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피곤한 건 남아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병원 약을 처방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문의해봤는데, 혼자 사는 사람은 도통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타지에서 혼자 사는 나 같은 사람은 약을 가져갈 방법이 전무했다. 



당근 마켓은 위대했다.



보건소에 집요하게 문의해보니, 약국과 보건소가 업무 협약을 맺어서, 약을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을 들어, 당근 마켓에서 약을 배송하는 알바를 뽑아 대신 받기로 했다(사랑해요 당근 마켓...).



6. 경증의 지속(7일~)

한 번 열이 오르고 나서는 기침과 가래과 반복되었다. 하루 종일 기침을 해대어서, 이대로 폐가 뚫리는 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였다. 가래는 수시로 쌓였는데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가래와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경증 증상이 반복되는 채로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이 지났음에도 기침과 가래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보건소에 문의해보니, 자가격리가 끝나면 완치로 판정을 한다고 한다. 또한, 몸에 죽은 바이러스가 남아있어 3개월 간은 PCR 검사와 자가 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자가격리가 끝나고 나서도 3일간은 다중이용시설(카페나 헬스 식당 등일 것이다)에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어 3일간은 조심하면서 셀프 자가격리를 진행했다. 






7. 현재(확진 이후 14일이 지난 상황)

현재는 코로나 확진 일로부터 2주가 흐른 상황이다. 아직 기침과 가래 등의 후유증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의 80%가 후유증을 겪는다고 하며 길면 몇 달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완치돼도 끝난 게 아닌 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기, 독감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가 지속될수록 치명력이 약해지는 건 맞지만, 오미크론 자체를 감기, 독감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감기는 증상이 약하고, 독감은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있지만, 코로나는 현재까지는 치료제가 있더라도 모두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일 10만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 어느 순간보다 더 철저히 개인 방역을 해야 한다. 이제는 내 주변 친구, 가족, 연인이 모두 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걸리더라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결국은 면역력 싸움이니, 나 자신이 철저히 코로나에 대비할 수 만 있다면 충분히 나을 수 있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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